○…북한측은 13일 새벽 4시경(이하 현지시간) 황장엽이 머물고 있는 북경의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 주변에 차량들을 배치, 주변에 접근하는 사람들의 동태를 감시. 북한대사관 소속차량인 「使(사)133012」번호판을 단 일제 혼다승용차와 또 다른 번호판의 닛산승용차에는 파카 차림의 유도선수같은 건장한 청년들이 2,3명씩 탑승하고 있어 단순한 감시업무 이외에 별도의 임무를 띤 북한인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제기.
○…3층과 4층에 한국대사관이 있는 북경시 조양구 건국문대가(建國門大街) 국제무역빌딩의 1층 로비와 한국영사관 주변에는 북한인이거나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 국적자를 일컫는 조교들이 삼삼오오 몰려 출입자들을 일일이 관찰하는 모습.
특히 이 빌딩 로비에는 약 20명이 한군데에 몰려 있으면서 특히 한국인들에 대해서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않고 관찰 하면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등 한국인들에게 상당한 불안감을 조성.
중국 공안은 그러나 이 빌딩의 로비가 동편에 바로 잇닿아 있는 중국대반점으로 이어지는 통로의 하나인데다 많은 사무실과 각종 매장 등이 입주해 있는 관계로 사람들의 왕래를 차단하지는 않고 있는 상태.
○…대사관 주위에서 감시활동을 펴고 있는 북한대사관의 한 직원은 AP통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평생을 조국을 위해 살아왔고 모든 것을 얻은 황비서가 망명했을 리가 없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황을 붙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위해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
○…주중 한국대사관은 북한대사관측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 공관원의 안전은 물론 상사주재원 유학생 및 현장에서 취재중인 한국특파원들에게도 신변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 鄭鍾旭(정종욱)대사는 13일 아침 『나를 포함한 공관의 모든 직원에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측은 북경에 주재하는 한국기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상회와 한국유학생회에도 신변안전에 유의할 것을 통보.
○…중국 공안당국은 12일 밤 황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알려진 삼리둔(三里屯)의 영사부건물에 무장병력을 파견, 주변을 완전봉쇄한 데 이어 13일 오전 인근 프랑스대사관과 예멘대사관 등에 대해서까지 경비병력을 증강배치. 공안측은 또 한국총영사관에 비자발급 등을 위해 찾아오는 조선족 등 민원인의 출입도 차단, 영사관 일반업무는 완전마비.
○…황의 한국망명 여부는 사실상 망명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중국측의 협조여부에 달려있어 13일 오후부터 본격 개시될 것으로 알려진 韓中(한중)정부간 협의에 관심이 집중. 앞서 한국대사관측은 양국간 협의결과가 어떨 것인지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으며 황이 자진해서 망명의사를 밝힌 만큼 그의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해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협의가 본격화되기 전에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의 개입 등을 운운하는 것은 성급한 처사라면서 이번 사건의 향방이 중국과의 수교 5년을 맞는 한국의 대중(對中)외교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
〈북경〓황의봉 특파원·공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