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金내무·黃의원혐의]『金장관,제일銀 움직임 배후』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측근인사인 신한국당 黃秉泰(황병태)의원과 金佑錫(김우석)내무장관이 12일 검찰에 전격소환됨으로써 「한보태풍」의 위력이 절정에달한 듯한 분위기다. 검찰은 11일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의원과 鄭在哲(정재철)의원을 구속한 직후만 해도 외관상으로는 「주범이 처리됐다」는 제스처를 보이면서 여야 정치인 2,3명을 추가로 처리하는 선에서 사건을 매듭지으려는 듯했다. 검찰은 그러나 홍의원 정도로는 이번 사건의 의혹이 완전히 밝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듯 곧바로 민주계 핵심인사인 두 사람을 소환함으로써 수사는 더욱 확대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홍, 정의원에 이어 황의원과 김장관이 검찰에 불려온 것은 현정권의 심장부인 민주계 인사들이 이번 사건의 주역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주는 대목이다. 이는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현정권의 실세들에게 집중적인 로비를 벌인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민주계 인사들이 한보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밀어주자는 모종의 공감대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하고 있다. 이들의 뇌물비리가 개인차원의 비리라기보다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묵시적으로 역할분담을 하는 등 조직적 행동을 한 것 아니었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검찰은 김장관이 은행대출압력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지난 93년 이후 김장관을 옆에서 보좌해온 비서실장 김모씨가 한보그룹 鄭譜根(정보근)회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점이 김장관과 한보와의 중요한 연결고리라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또 다른 연결고리는 김장관과 구속중인 李喆洙(이철수)전제일은행장이 마산상고 동문이라는 점으로 이어진다. 이전행장이 최근 매일같이 검찰청사에 불려와 조사를 받았고 정회장이 10일 뒤늦게 소환된 점도 검찰수사가 이같은 연결고리를 하나씩 확인해 왔다는 것을 뒷받침해 준다. 즉 「정태수총회장∼정보근회장∼김비서실장∼김장관∼이전행장」으로 이어지는 로비사슬이 확인되면서 최종적으로 김장관을 소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총회장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최대의혹 중 하나인 94년부터 제일은행이 갑자기 한보철강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준 배후인물을 추적해 왔다. 그리고 그 정점에 김장관이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황의원의 경우는 국회 재경위원장으로서 자연스럽게 로비대상이 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 황의원은 주중대사로 있을 때부터 한보의 중국진출문제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의원은 최근 정부의 한보부도결정에 대해 『정부가 끝까지 지원해 줘야 할 기간산업인데 왜 부도를 냈느냐』는 태도를 취해 의혹을 사왔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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