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韓-대만관계 어긋나지는 안해얄텐데…

  • 입력 1997년 1월 31일 20시 09분


▼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들의 환경파괴 반대시위는 과격하다. 이들 「녹색전사」들은 망망대해에서 낙엽같은 고무보트를 타고 거대한 폐기물 투기선박에 덤벼들기도 하고 독성물질을 내뿜는 공장 굴뚝에 밧줄로 몸을 묶고 아슬아슬한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행글라이더를 타고 핵발전소의 경비를 뚫고 들어가 원자로의 돔에 반핵플래카드를 내거는 모험도 한다 ▼녹색전사들은 몸을 던져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한다. 그들이 밧줄시위 수중시위 등 목숨을 건 시위를 벌이는 것은 강력한 상징성을 갖는 행동없이는 환경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을 일깨울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내 환경단체들도 이러한 시위를 이미 몇차례 선보인 바 있다. 농성이나 단식과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시위의 호소력이 약하다고 본 것이다 ▼대만 핵폐기물 북한수출계획에 항의하기 위해 대북 현지에서 삭발 단식농성을 하던 우리나라 환경단체회원 7명이 대만 극우단체 행동대원들에게 폭행 당하고 강제추방돼 돌아왔다.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 농성자들이 폭행당하는 동안 대만 경찰이 그 옆에서 모른 체 방관한 것이다. 그들이 폭행과 폭행의 방관을 혹 「애국심」이라고 착각했다면 더욱 유감이다. 핵폐기물 수출입문제는 단순히 관계 당사국간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 환경단체 회원들의 시위가 양국 시위문화의 차이와 현지 국내법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대만의 국민감정을 해쳤다면 그것도 불찰이라고 할 수 있다. 대다수 대만 시민들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삭발 단식농성은 무모했다는 느낌이다. 31일 국회의원 4명을 포함한 우리나라 2차 항의단 12명이 대만으로 떠났다. 평화적으로 우리의 항의를 전하되 자칫 격앙되기 쉬운 양국관계에 더 이상 불행한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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