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院宰기자] 한보사태를 다룰 임시국회 소집이 당초 예상됐던 2월3일보다 늦어질 조짐이다. 특히 여야는 30일 임시국회 소집지연의 책임을 서로 상대에 떠넘겨 국회조기소집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이날 여야는 △한보조사특위 여야구성비율 △특별검사제 도입여부 △TV가 생중계하는 청문회개최 여부 등 3대 쟁점을 놓고 각각 자체회의를 열었으나 기존입장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3당 원내총무들은 이날 비공식접촉을 가졌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야가 이처럼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것은 한보조사특위, 나아가 「한보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한보문제는 오는 12월의 대통령선거까지 이어질 대형쟁점이다. 따라서 「한보정국」은 이미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신한국당은 한보조사특위가 야당의 정치공세장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특위활동과정에서 여당인사뿐 아니라 야당인사도 함께 조사하자는 것도 이를 위한 전술의 하나다.
그렇지 않고 야당의 요구에 따라다니면 초기단계부터 야당이 주도, 가뜩이나 여권에 좋지 않은 국민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당내판단 때문이다.
이런 바탕에서 신한국당은 △야당이 여권인사 비리설을 발표했다가 뒷감당이 안되고 △오히려 시중에 야당인사 관련설이 나돌기 때문에 야권이 국회소집을 겁내고 있다고 주장, 임시국회 소집지연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겼다.
반면 야당들은 임시국회 소집이 늦어지더라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3개항의 요구가 관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한보특위가 여야동수로 구성되지 않으면 「들러리 특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야당은 검찰이 한보사태를 「권력비리」가 아니라 「금융사고」라는 구도로 수사하고 있다고 진단, 이런 터에 특위운영마저 여당이 주도하면 특위가 한보의혹에 오히려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개청문회를 고집하는 것도 한보의혹에 분노하는 여론을 극대화, 특위의 효과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이런 대여전략은 국민회의가 주도하고 있으며 자민련은 2개월의 활동기간만 보장되면 나머지 사항을 국회소집후 협상할 수 있다는 신축적 태도다.
자민련으로서는 한보사태로 지지기반인 충남경제가 황폐화되고 있어 하루빨리 국회를 소집, 정부에 구제대책을 촉구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여론의 향방을 살피며 공방을계속, 설연휴직후인 2월11일경 임시국회를소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