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기습처리 파장]새벽 「기습처리」순간

  • 입력 1996년 12월 26일 20시 24분


「李院宰·鄭然旭기자」 신한국당이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개정안 등의 기습처리 「D데이 H아워」를 26일 새벽6시로 최종 결정한 것은 24일 오후5시경 국회 대표위원실에서 있었던 李洪九(이홍구)대표위원과 徐淸源(서청원)총무간의 단독회담에서였다. 이에 앞서 이대표는 23일 청와대측과 협의를 끝낸 상태. ○…서총무는 이대표와의 요담후 당사에서 고위당직자들에게 이같은 계획을 통보. 이를 전후해 당사 정책위는 노동관계 당정회의를 열어 노동관계법 수정안을 확정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서총무는 비상소집에 대비, 소속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25일 저녁부터 집에서 대기하라』고 지시. 25일 정오경 서울 여의도 음식점에서 열린 총무단회의에서 구체적인 실행시간과 방법을 최종 확정. 총무단은 이날 밤9시경부터 상임위원장과 간사들에 대한 연락을 시작으로 26일 새벽1시경까지 소속의원 전원에게 연락을 완료. ○…소속의원들의 국회등원과정도 「군사작전」이나 「첩보작전」을 방불. 의원들은 총무단의 지시에 따라 새벽 5시∼5시반사이 의사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내 팔레스 나이아가라 마포가든 리버파크호텔 등 4곳에 택시 등을 타고 집결. 「점호」를 마친 의원들은 자신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도록 모두 4대의 전세버스에 분승, 새벽5시50분경 국회뒤편 윤중로에 도착, 「2차 소집점검」을 한 뒤 후문과 면회실을 통해 본회의장에 진입. 총무단은 철저한 보안유지를 위해 의원들에게 보좌관이나 비서관에게도 연락하지 말도록 했으며 자가용 사용도 금지시켰다. ○…실행방법은 당초 △정공법으로 경호권을 동원, 본회의장에서 실력으로 밀어붙이는 방안 △국회도서관 대회의실 의원총회장 의장공관 등 제3의 장소에서 처리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으나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새벽기습처리」를 선택. 특히 예상을 뒤엎고 성탄절 다음날 새벽을 실행시간으로 정해 야권의 허를 찔렀다. 총무단은 「작전계획」이 사전유출돼 야당이 미리 본회의장을 점거할 경우에 대비, 곧바로 버스를 의장공관으로 돌려 이곳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2단계 행동계획까지 마련. 河舜鳳(하순봉)수석부총무는 법안처리후 『보안유지와 의원소집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고 토로. 하총무는 또 본회의시작 20여분전인 새벽 5시40분경 국민회의 南宮鎭(남궁진)수석부총무와 자민련 李廷武(이정무)총무에게 『지금까지의 과정을 볼 때 적법절차를 거쳐 단독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개의시간을 통보했다고 주장. 그러나 남부총무와 이총무는 법안들이 모두 날치기처리된 뒤인 새벽6시13분을 전후해 연락을 받고 『이럴 수가 있느냐며 항의했다』고 엇갈린 주장. ○…신한국당 의원들은 법안을 기습처리한 뒤 새벽 6시15분경 중앙당사 지하대강당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노동관계법안 등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것을 자축. 의총직후 이대표와 吳世應(오세응)부의장 姜三載(강삼재)총장 서총무 金炯旿(김형오)기획조정위원장 하부총무 등은 대표위원실에 모여 이날 기습처리 과정을 화제로 환담. 당직자들로부터 『수고많았다』는 격려를 받은 오부의장은 『소신에 따라 한 것』이라고 답변. 이어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도 당지도부는 이날 법안통과에 만족해 하는 표정이 역력. 당지도부가 『총무단이 좋은 「기획」을 해준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하자 하부총무는 『서총무의 탁월한 지휘력때문』이라고 서총무를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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