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김길리(22)는 웃음이 많은 선수다. 오전 6시부터 훈련이 시작되는 빙상장에서도, 밥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식당에서도 김길리는 늘 밝게 웃는다. 최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김길리는 “평소 ‘웃상’(웃는 얼굴)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힘들어도 즐기자’는 생각을 할 때가 많고 (체력) 회복도 빠른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김길리가 웃음이 아닌 눈물로 마무리한 대회가 있다. 지난해 열린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이다. 김길리는 자신의 생애 첫 아시안게임 경기였던 혼성 2000m 계주에 이어 여자 1500m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였던 여자 3000m 계주를 마친 뒤 굵은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 주자로 선두를 달리던 그가 결승선까지 반 바퀴를 남기고 중국 선수와 충돌해 넘어지면서 한국이 4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길리는 내달 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서 작년 의 아픔을 완전히 씻어내겠다는 각오다. 김길리는 “(아시안게임에선) 언니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그때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실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훈련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속 능력이 좋아 ‘람보르길리’(스포츠카 람보르기니+김길리)로 불리는 김길리는 이번 올림픽 여자 계주 3000m에서도 메달 색을 결정짓는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올림픽 3000m 계주에서 최다 우승(6회)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직전 대회였던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선 2위를 하면서 3연패가 무산됐다. 김길리는 2024 파리 여름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을 보며 많은 걸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저렇게 잘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우리도 계주 1등 자리를 다시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새해를 맞아 신년 훈련을 공개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길리 선수가 빙상장에서 동이 트기 전부터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길리는 앞선 두 차례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의 에이스로 활약한 ‘쇼트트랙 여왕’ 최민정(28)이 태극마크를 잠시 내려놨던 2023~2024시즌에 ‘월드클래스’로 거듭났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종합 1위를 달성하면서 ‘크리스털 글러브’까지 들어올렸다.
김길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앞둔 2021~2022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8등으로 턱걸이를 했다. 하지만 순위에 밀려 올림픽 무대를 밟진 못했다. 김길리는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당당히 1위를 했다. 2024~2025시즌 대표팀에 복귀한 최민정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자격으로 올림픽 시즌 태극마크를 자동으로 획득했다.
개인 통산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을 앞둔 ‘베테랑’ 최민정과 ‘샛별’ 김길리는 한국 여자계주를 이끄는 ‘쌍두마차’다. 같은 성남시청 소속인 두 선수는 1500m 등 개인전에선 금메달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김길리는 “(최)민정 언니와 함께 결승에 올랐을 땐 서로 ‘앞에서 만나자’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데뷔를 앞둔 김길리는 대회가 열리는 이탈리아 밀라노가 궁합이 잘 맞는 도시인 것 같다고 했다. 김길리는 2023년 전지훈련과 지난해 ISU 월드투어 파이널 때 밀라노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김길리는 “밀라노는 나와 아주 딱 맞는 도시인 것 같다. 경기장과 거리가 너무 예쁘고 ‘맛집’도 많다”면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기쁜 마음으로 쇼핑도 하고 싶다”며 웃었다. 그의 별명 ‘람보르길리’에 들어가는 람보르기니도 이탈리아 브랜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