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인력 양성, 선택이 아닌 국가의 의무 [기고/유근영]

  • 동아일보

유근영 서울의대 명예교수·전 국군수도병원장·전 중앙보훈병원장
유근영 서울의대 명예교수·전 국군수도병원장·전 중앙보훈병원장
공공의료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이다. 특히 국가를 위해 희생했거나 헌신 중인 이들, 군인·경찰·소방관과 같은 제복 근무자에 대한 의료는 공공의료 중에서도 가장 우선돼야 할 영역이다.

우리나라에는 보훈병원, 군 병원, 경찰병원, 산재병원 등 특수 목적 공공의료기관이 존재한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공공의료기관만 해도 230여 곳에 이르며 이 가운데 전문의 인력이 가장 많이 소속된 곳은 보훈부와 국방부 산하 의료기관이다. 문제는 이들 기관이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인력 양성과 운영에 있어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훈 의료는 국가유공자의 고령화와 함께 난치성·만성질환 진료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진료의 양과 질 모두에서 최고 수준이 요구되지만 현재의 인사·보상 체계로는 우수 의료 인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미국 보훈병원이 민간 대학병원과 대등한 수준의 진료 역량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보훈병원 의사들이 의과대학 겸임 교수로서 교육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보훈병원 의료진에게는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군 의료 역시 위기에 놓여 있다. 군의관 수는 최근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의대생들의 재학 중 현역 입영 선호 현상은 군 의료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력 수급 문제가 아니라 평시와 전시를 아우르는 국방 역량 전반의 문제다.

이제는 특수 공공의료를 담당할 의료 인력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할 시점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가칭) 공공의과대학에 ‘특수공공의료’ 전공 트랙을 두고 군·보훈·경찰·소방 등 제복 근무자 의료를 담당할 전문의를 계획적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군 병원, 보훈병원, 경찰병원 등을 하나의 공공의료 네트워크로 연계·운영하는 중장기 전략도 필요하다. 제복 근무자와 국가유공자에 대한 의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책무다.

공공의료의 성패는 시설이 아니라 사람에 달려 있다. 지금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공백은 언젠가 국가 전체의 위험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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