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선 북진 지휘’ 美최다 훈장 노병 눈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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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프 퍼킷 예비역 대령 98세로 별세
인해전술 중공군 맞서 고지 사수
22년 복무중 명예-은성훈장 등 받아
尹, 작년 美서 태극무공훈장 수여

2023년 4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 랠프 퍼킷 예비역 육군 
대령의 휠체어를 밀어 주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퍼킷 대령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다. 
워싱턴=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3년 4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 랠프 퍼킷 예비역 육군 대령의 휠체어를 밀어 주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퍼킷 대령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다. 워싱턴=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직접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던 6·25전쟁 참전용사 랠프 퍼킷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이 8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8세.

미 국립보병박물관은 퍼킷 대령이 이날 조지아주 콜럼버스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세상을 떠났다고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밝혔다. 사인은 파킨슨병 합병증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1926년 조지아주에서 태어난 퍼킷 대령은 1945년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에 입학했다. 6·25전쟁이 발발한 뒤 1950년 11월 육군 특수부대 제8레인저 중대 지휘관으로 임명돼 한국 땅을 밟았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같은 해 9월 인천상륙작전을 실행한 직후로, 제8레인저 중대는 북한군을 38선 너머로 후퇴시키는 데 일조했다.

퍼킷 당시 중위는 평안북도 청천강 이북의 전략적 요충지인 205고지 진지를 6차례에 걸쳐 사수했다. 그는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한국군과 유엔군이 크게 기습을 당했던 ‘청천강 전투’에서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개활지로 뛰어나가 사격을 자신에게 유인하며 연합군이 205고지를 장악하는 데 공헌했다.

6·25전쟁 이후에는 베트남, 서독 등에 파견됐고 1971년 전역했다. 그는 “리더는 아무리 고난이 닥치더라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Be there)”라는 좌우명을 갖고 솔선수범을 실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 퍼킷 대령의 휠체어를 직접 밀고 무대에 올라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달아줬다. 현직 한국 대통령이 외국 방문 중 무공훈장을 수여한 첫 사례다.

퍼킷 대령은 2021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조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부터도 미국 최고 훈격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30년 이상 퍼킷 대령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존 록 대령은 당시 “퍼킷 대령은 자신의 참전이 민주주의 국가 수립에 기여했다는 데 늘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수훈십자훈장, 은성·동성무공훈장 등 미 육군 사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랠프 퍼킷#예비역 대령#98세#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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