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서 일하는 ‘정구 퀸’, 7년만에 문경정구장 찾은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9일 13시 24분


코멘트
8일 경북 문경국제소프트테니스장에서 열린 제100회 동아일보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를 방문한 김애경 전 NH농협은행 선수
8일 경북 문경국제소프트테니스장에서 열린 제100회 동아일보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를 방문한 김애경 전 NH농협은행 선수
“2015년 이후 7년 만에 문경에 왔는데 후배들이 운동하는 것을 보니 당장 다시 라켓을 잡고 뛰고 싶네요(웃음).”

제100회 동아일보기 전국소프트테니스(정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는 8일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현역 시절 ‘정구의 세리나 윌리엄스’로 불리던 김애경(34·전 NH농협은행)이다.

김애경은 정구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경기, 아시아선수권대회, 동아시아경기에서 모두 우승하면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던 선수다. 세계선수권에서 단식, 복식, 혼합복식,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차지한 것도 김애경이 처음이었다. 김애경은 “동아일보기가 없었다면 우승 트로피를 이렇게 많이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애경은 경남 마산시 소재 구암여중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1년부터 현역 마지막 해였던 2015년까지 동아일보기에 꾸준히 참가했다. 2009년 제87회 대회에서 NH농협은행 선수로는 처음으로 3관왕(단식, 복식, 단체전)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이 대회를 상징하는 히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애경은 2009년 대회를 회상하며 “지금은 혼합복식이 있지만 그때는 없었다. 결국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했던 것”이라며 “특히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안성시청을 단체전에서 물리치고 전관왕 타이틀을 얻어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거꾸로 가장 아쉬웠던 건 2015년이었다. 김애경은 “은퇴를 하는 해에 2009년에 이어 다시 한 번 3관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여운에 잠겼다. 당시 김애경은 ‘영혼의 파트너’ 주옥(33)과 짝을 이뤄 복식 정상을 밟았지만 단식과 단체전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8일 경북 문경국제소프트테니스장에서 열린 제100회 동아일보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를 방문한 김애경 전 NH농협은행 선수
8일 경북 문경국제소프트테니스장에서 열린 제100회 동아일보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를 방문한 김애경 전 NH농협은행 선수
김애경은 “동아일보기는 정구 선수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 아닌가. 마지막으로 참가한 대회에서 무조건 우승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과 긴장감이 컸던 게 패인이었던 것 같다”며 “특히 안성시청에 패해 단체전 우승을 놓친 것이 무척 아쉬웠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 유니폼을 벗은 지 7년이 지났지만 친정팀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김애경은 “특히 2019년 이후 단체전 우승이 없다는 게 아쉽다. 올해는 제100회 대회인 만큼 꼭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역에서 물러난 김애경은 NH농협은행에서 은행원으로 근무 중이다. 김애경은 “지금도 사회인 김애경보다는 정구인 김애경이 더 좋고, 정구 선수가 은행원보다는 조금 더 쉬운 것 같다”면서 “다른 팀 후배들도 모두 후회없는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며 함박 웃음을 지어보였다.


문경=김정훈 기자 h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