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딸과 미사일 없는 하늘 다시 볼 수 있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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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사관앞 우크라 침공 규탄 집회
키이우 시민이 보내온 편지 낭독
“최고의 선물은 집에 돌아가는 것”

6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시위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눈물을 닦고 있다. 뉴시스
6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시위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눈물을 닦고 있다. 뉴시스
“제 편지가 한국에서 열리는 집회에서 낭송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저와 가족이 살아 있고 핵미사일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집회에 등장한 재한 우크라이나인은 “친구가 오늘 이 자리에서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민 사흐노 카테르나 씨(28)가 보내온 편지를 대신 낭독했다. 카테르나 씨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자녀들을 데리고 350km 떨어진 도시의 한 지하실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

카테르나 씨는 “딸 알리사는 잠을 자다 ‘총알이 날아온다’고 울부짖으며 악몽에서 깨는 일이 일상이 됐다”며 아이가 집으로 가고 싶다고 하면 왜 갈 수 없는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자신의 꿈은 딸이 평범한 아이었던 예전처럼 ‘하늘이 왜 파란색이냐’고 천진난만하게 묻는 날이 다시 오는 것이라고 했다.

카테르나 씨는 “우크라이나는 1분 1초가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미사일 공격이 러시아는 물론이고 러시아의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도 날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9일 세 살이 되는 딸에게 집에 돌아가는 최고의 선물을 주고 싶다”며 다시 머리 위로 파랗고 평화로운 하늘을 볼 수 있기를 기다린다고 썼다.

두 번째 연설자로 나선 드므트로 씨는 “한국은 민주화되고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 권리를 위해 힘겨운 싸움을 했다. 우크라이나도 지금 같은 싸움을 하고 있으며 우방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한국은 이런 도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어떤 국가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를 대신해서 싸워 달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통치하는 러시아가 협상이 가능한 나라가 아니라며 “우리가 다 함께 러시아를 멈추지 않으면 러시아는 스스로 멈출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우크라 침공 규탄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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