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내 재야’ 이홍훈 前 대법관 별세

신희철 기자 입력 2021-07-12 03:00수정 2021-07-12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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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법관 생활… 소수의견 많이 내
김영란 등과 ‘독수리 5형제’로 불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수의 소수의견을 제시해 ‘사법부 내 재야’로 불리던 이홍훈 전 대법관(사진)이 11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77년 판사로 임관한 고인은 35년 동안 법관의 삶을 살았다. 노무현 정부 때 대법원장 제의를 받았지만 ‘대법관이 대법원장을 하는 것이 순리’라며 고사했고, 환갑을 맞이한 2006년 뒤늦게 대법관에 올랐다.

대법관 재직 때 고인은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에서 진보 성향의 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 전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2011년 대법원 전합에서 ‘파업을 당연히 업무방해죄로 봐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사용자에게 막대한 손해가 있을 때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도록 판례 변경을 이끌어냈다.

‘4대강 사업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주심으로서 국책 사업도 적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직접 써 화제가 됐다. 6년 임기를 1년 앞둔 2011년 정년퇴임하면서 퇴임사에 ‘대법관 이홍훈’이 아닌, ‘법관 이홍훈’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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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퇴임식 직후 낡은 소형차를 타고 전북 고창의 고향 집으로 내려가 나무와 꽃을 가꾸며 살았다.

공익 활동을 늘 강조하며 화우공익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공익 논집의 이름을 ‘우주일화’(宇宙一花·우주는 한 송이 꽃이어서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운명체라는 뜻)라고 직접 지었다.

4년 전 담도암 진단을 받고, 간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지만 늘 “하루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고 있다”며 ‘생사일여(生死一如)’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한 전직 법원장은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도 2018년 사법발전위원장을 맡아 전관예우 실태 조사와 법원행정처 폐지, 고법 부장 제도 폐지 등을 제안했다”고 평가했다. 고 조영래 변호사와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친구라는 말을 자주 했던 고인은 각각 31년 전, 10년 전 세상을 떠난 친구 곁에서 영면하게 됐다.

고인의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이 11일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은 부인 박옥미 씨, 아들 도헌 씨 등이 있다. 발인은 13일 오전 8시. 031-787-1500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이홍훈 전 대법관#사법부 내 재야#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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