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82cm’ 이상은 , 獨발레단 입단 6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15시 37분


무용수 이상은. 사진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무용수 이상은. 사진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어릴 때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발레리나 이상은(30)은 지난달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입단 6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그의 키는 무려 182cm다. 보통 무용수들의 키는 165cm 정도로 외국에서도 키 180cm가 넘는 무용수는 극히 드물다.

16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큰 키 때문에 발레를 그만둘 뻔 했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발레를 시작한 그는 1년에 7, 8cm씩 자랐다. 중학교 3학년 키가 173cm를 넘었다. 주변에서는 발레를 그만두라는 했다. 어머니도 발레 대신 패션모델을 시키려고 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발레를 꼭 해야 한다고 고집하며 끝까지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동아무용콩쿠르 금상, 2005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대상, 2008년 바르나 국제발레콩쿠르 시니어부문 동상 등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를 눈여겨 본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이 발탁해 2005년 선화예술고 졸업 뒤 바로 입단했다. “남들보다 빨리 발레단에 입단해 좋았어요. 하지만 큰 키 때문에 호흡을 맞출 남자 무용수가 없어 가슴앓이도 했어요.”

2010년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으로 둥지를 옮긴 뒤 큰 키가 장점이 됐다. “다행히 제 큰 키를 개성으로 존중해줬어요. 독일에서는 더 크게 팔과 다리를 쓰라고 주문해요. 지금은 제 몸이 감사하게 느껴지고 저를 더 사랑하게 됐어요.”

세련된 외모와 달리 성격이 털털했다. “외국으로 나간 뒤 성격이 변했어요. 외국에서는 먼저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손해를 많이 봐요. 그래서 더 많이 웃고, 이야기하고, 밝아지려고 노력했어요. 성격이 바뀌니 춤추는 스타일도 좀 강해졌어요.”

그는 12,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입상자 출신들이 펼친 ‘2016 월드 갈라’ 공연에 출연해 4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났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표현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키가 크다고, 키가 작다고 좋은 무용수가 못되는 것은 아니에요. 제 춤을 좋아해주는 관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계속 춤을 추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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