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개발원조(ODA) 수혜국과 공여국인 한국이 상생할 수 있는 원조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인식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67·사진)은 8일 취임 후 동아일보와 가진 첫 인터뷰에서 “원조가 끝나면 멈춰버리는 게 아니라 ‘후방 효과’가 확실한 원조를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를테면 씨돼지를 보내주고 원조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양돈, 정육, 가공, 유통, 판매까지 이어져 자립할 수 있게 만드는 체계적 접근을 하겠다는 말이다. 김 이사장은 “후방산업을 한국 기업이 맡거나 현지 기업에 한국인이 진출할 수도 있다. 유상원조 담당 기관, 금융계, 민간기업, 학계와 협업하면 다양한 참여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 ‘한국 ODA를 받으면 한국 물건만 사야 한다’는 구속성(tied) 원조와는 다른 개념이다.
김 이사장은 “원조는 주는 게 아니라 상대(수혜국)를 키우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지평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외교관 출신이자, KOTRA 출신으로는 처음 KOICA 이사장이 된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달 25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국(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순방을 수행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 순방에 대해 “개발협력이 외교정책과 경협의 중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미가 컸다”며 “‘태아 사진을 처음 봤다’고 임신부가 고마워한 코리아 에이드(Korea Aid)처럼 원조 성과를 관리해 가며 수혜국과 긴밀하게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순방에 첫선을 보인 ‘코리아 에이드’는 이동검진, 앰뷸런스, 조리, 냉장, 영상 등 차량 10대로 구성된 봉사단이 각 마을을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회성 또는 홍보성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김 이사장은 “기동성과 결합성을 높인 한국형 원조로 교육, 농업, 체육, 보건영양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코리아 에이드가 아프리카 ODA의 전부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오해도 많다고 했다. “우리는 새마을운동 자체를 이식하는 게 아니라 성공 모델의 하나로 제시하는 것”이라며 “지도자 육성과 철학을 가르치는 것이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마을정신’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KOTRA 출신으로 선진국 근무만 했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김 이사장은 아프리카에서 잔뼈가 굵은 야전맨이다. 특히 라이베리아 근무 때 태어난 아들을 풍토병으로 잃을 뻔하기도 했다. 그는 “KOTRA와 KOICA 모두 세계 시장을 상대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표현법만 다를 뿐 서로 연결돼 있다”며 “한국 차가 없는 나라에서는 한국 원조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KOICA에서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이 ‘사업 내실화를 통한 성과 제고’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업무 폭증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인력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현재 335명인 KOICA 직원을 임기 중에 500명까지 늘리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KOICA가 올해 처음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돼 기획재정부 경영평가 대상에 포함되는 등 달라진 업무환경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실시간 업무평가 제도를 만들고 경영 마인드도 불어넣겠다. 혹독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조를 편하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강력한 변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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