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美서 많은것 배워 ‘우물안 한국’의 교사가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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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美신문 인터뷰 기사 발견… 신문물에 대한 열정-포부 담겨

미국 서부의 주요 일간지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1902년 12월 7일자에 ‘한국, 잠자고 있는 땅’이란 제목으로 실은 도산 안창호 선생과의 인터뷰 기사. 장태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교수 제공
미국 서부의 주요 일간지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1902년 12월 7일자에 ‘한국, 잠자고 있는 땅’이란 제목으로 실은 도산 안창호 선생과의 인터뷰 기사. 장태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교수 제공
일제강점기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던 도산 안창호 선생(사진)이 미국으로 건너간 목적과 당시 소회를 보여주는 새로운 자료가 발견됐다. 재미 학자인 장태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 인종학과 교수가 지난해 10월 발견한 것으로 도산이 미 서부지역의 주요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한 1902년 12월 7일자 기사다.

기사 제목은 ‘한국, 잠자고 있는 땅: 특이한 사람들, 낯선 관습들, 깨어나는 자각’이다. 도산이 1902년 10월 14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뒤 숙식을 신세 졌던 알레산드로 드루 박사(한국에서 8년간 의료선교 활동을 함)가 친분이 있던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자에게 선생을 소개해 인터뷰가 이뤄졌다.

기사에서 도산은 “미국에서 많은 것을 배운 뒤 한국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도산은 또 “한국인들은 지금 세상을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산은 자신이 미국에 올 수 있었던 건 호러스 언더우드(연희전문학교 설립자)의 조언과 독지가들의 지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선 이 기사가 도산이 미국으로 건너가 신문물을 배우려 했다는 점과 당시 행적이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당시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한국과 지식인의 이야기를 미국의 주요 신문이 한 면을 통째로 할애해 다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기사에는 ‘한국에는 귀신을 숭배하는 사람이 많고, 기독교나 가톨릭을 믿는 사람은 적다’거나 ‘결혼은 부모가 정해주는 사람과 해야 한다’ 등 한국의 사회상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각도 담겨 있다.

장 교수는 미국 내 첫 번째 ‘코리아타운’ 관련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자료를 발견했다. 도산은 1904년 로스앤젤레스 동부에 있는 리버사이드에서 초기 한국인 이민자들과 함께 한인촌을 건설했다. 도산은 이곳에서 한인들에게 교육과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11월 도산학회 세미나에서 도산의 리더십과 미국의 첫 번째 코리아타운 관련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한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안창호#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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