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받는 장병들에게 희망 전했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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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사고 피해자 장창익 화백… 군사법원 법정에 그림 전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 전시 중인 장창익 화백의 그림을 법원 관계자들이 관람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서울 용산구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 전시 중인 장창익 화백의 그림을 법원 관계자들이 관람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군 법정에 그림이 걸렸다. 군에서 지뢰사고로 왼쪽 눈과 왼발을 잃은 화가의 그림이다. 엄숙하고 무거운 군 법정에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취지다.

30일 국방부에 따르면 고등군사법원의 대법정, 소법정에 22일부터 장창익 화백(58)의 그림 12점이 전시되고 있다. 민간법원에서는 창원지방법원과 부산지방법원이 미술 작품을 법정 안에 전시한 적이 있지만 군사법원 법정에 그림이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화백은 주로 꽃과 나무, 풀과 바람을 주제로 작품을 그리고 있다. 그는 21세 때 군 복무 중 훈련을 하다 지뢰를 밟아 왼쪽 눈과 왼발을 잃었다. 장 화백은 의병제대 후 고향인 전남 여수로 돌아왔지만 좌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때 친형이 권한 그림 그리기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동양화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직전 교통사고로 엉덩이뼈가 부서지는 중상까지 입었지만 그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고 한다.

장 화백은 꽃 그림을 반복적으로 그리면서 절망 속에 갇혀 있던 마음도 서서히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2001년 결혼 후 아내가 꺾어온 매화 가지를 보면서 꽃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것. 30여 년 동안 그에게 그림은 치유제 역할을 한 셈이다. 장 화백은 2013년 ‘갤러리 평창동’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로 뽑히기도 했다. 장 화백의 그림은 그해 계룡대의 육해공군 본부에 전시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법원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범죄 피해자와 가족, 형사사건의 피고인이다.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다. 장 화백 자신도 그림을 통해 자신을 치유했던 것처럼 그림으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지뢰사고#장창익#군사법원#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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