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할머니 “오바마 섭섭하오… 친구 아베가 엇나가면 바로잡아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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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1일 워싱턴 日대사관 앞 ‘수요집회’

“미국 대통령 욕 좀 하면 되지 뭐….”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한식당 우래옥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만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89·사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유감이 많은 듯했다.

1일 워싱턴 시내 주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온 김 할머니는 “서울에서 집회를 할 때와 마음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받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품었던 섭섭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친구가 엇길로 나가면, 아무리 돈이 중요하지만 ‘그건 아니다. 먼저 할 일이 있고 뒤에 할 일이 있다. 과거에 나쁜 일을 한 것은 깨끗이 마무리 짓고 전쟁 준비를 하든지, 그건 차후 문제니까 이것부터 해결을 지어라’ 이래야 대국의 대통령감이죠.”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문을 받고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고 잘 듣지도 못하는 김 할머니였지만 목소리만은 또렷했다.

“그럼 우리나라는 아무것도 아닙니까. 만약 자기네(미국) 자식들이 그렇게 당했다고 해도 아무것도 아니니까 덮어놓자 그러겠습니까. 그건 아니겠지요.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너무 무시하고 깔보는 것 같아서….”

이에 앞서 김 할머니는 “아직까지 우리(위안부)는 해방이 되지 않았다”면서 아베 총리가 분명하게 사죄를 하고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1일 집회에서 일왕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할 예정이다. 1992년 1월 8일 시작한 수요 집회가 워싱턴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일 집회는 1185회째가 된다. 김 할머니는 집회 전날인 30일 조지워싱턴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안부 참상을 증언하고 2일에는 캐서린 러셀 미 국무부 세계여성문제 전담대사와 면담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전쟁의 피해 실상을 고발하고 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온 공로를 인정해 김 할머니를 서울시 여성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11일 오전 11시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열리는 2015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열린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조영달 기자
#김복동#오바마#수요 집회#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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