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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최갑수 교수 “성리학=주자학? 韓-中 의미 달라요”

입력 2015-03-26 03:00업데이트 2015-03-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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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 교수 ‘역사용어사전’ 펴내… 300여 학자 9년여 작업끝 결실
최갑수 서울대 교수는 “역사용어사전을 통해 하나의 개념도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의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역사책을 읽다 보면 용어가 제각각일 때가 많다. 이를테면 농민운동을 두고도 동양사나 서양사에서는 ‘농민봉기’라는 표현을, 한국사에서는 ‘농민항쟁’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같은 의미이지만 ‘봉기’는 좀 더 객관적인 서술이고 ‘항쟁’은 저항성이 더 강한 성격을 지닌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아나키즘은 국어사전에 무정부주의라고 번역돼 있다. 그런데 한국사나 서양사 책에서는 아나키즘이라고 더 많이 쓴다. 반면 동양사에서는 무정부주의를 쓸 때가 더 많다.

이처럼 역사용어가 서로 달라 동·서양사, 한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용어마다 갖는 이런 차이점을 한 책에 담아내려는 노력이 최근 결실을 봤다. 서울대 역사연구소가 동·서양사와 한국사 용어를 집대성한 역사용어사전을 출간했다. 300여 명의 역사학자들이 9년에 걸친 작업 끝에 펴낸 대작이다. 2136쪽에 걸쳐 표제어 1500여 개를 설명해 놓았다.

24일 서울대 인문대 연구실에서 만난 편찬책임자 최갑수 서양사학과 교수는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역사학계는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의 분과 학문체계 안에서 상당 수준 전문성을 확보했지만 유대감은 약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주자학과 성리학을 거론하며 “성리학에는 주자학 외에 양명학 등 다양한 갈래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성리학을 주자학과 동일하게 부르고 있어 혼돈의 여지가 있다”고도 했다. 역사용어사전에서는 ‘주자학’을 찾았을 때 한국사적인 해석을 알기 쉽게 ‘성리학’ 용어설명을 보라는 화살표 안내를 해 놓았다.

용어사전 편찬 작업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2006년 시작됐다. 소장학자들로 구성된 기획위원회가 표제어 후보들을 추렸고 원로 교수들로 구성된 항목선정위원회가 표제어 항목과 집필진 300여 명을 선정했다. 10회 이상 집담회를 가져 최종 원고를 놓고 각 분야의 역사학 전공자들이 토론을 했다. 워낙 방대한 작업이다 보니 당초 3년 만에 끝내기로 했던 일정이 길어져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표제어는 비중에 따라 대·중·소로 나누었다. 대항목에서는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민주주의 근대국가 봉건제 중화질서 등 45개 용어를, 중항목은 두 영역에서 중복되거나 한 영역에 속하더라도 일정 비중이 있는 용어를, 소항목은 한 영역에 속하는 용어를 실었다. 최 교수는 “이 사전은 광복 이후 60년 만에 한국 역사학계의 역량을 결집한 결과물”이라며 후속 작업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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