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초교 112명, 박근혜 대통령에게 엽서 보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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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백령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손수 쓴 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백령초등학교 제공
지난달 11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백령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손수 쓴 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백령초등학교 제공
인천 옹진군 백령도. 파도 소리가 철썩이고 바다 내음이 진한 여느 섬과 다를 바 없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해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이라는 것만 빼면 말이다. ‘쾅쾅’ 포사격 소리에 섬마을의 고요가 깨지곤 한다.

박수연 양(12)이 ‘대통령님, 북한이 우리나라에 포를 쏘면 동생은 무섭다고 웁니다. 빨리 통일 할 수 있도록 (북한을) 설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손편지를 쓴 이유다.

지난달 이곳에 사는 초등학생 112명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손수 쓴 엽서를 보냈다. 손편지운동본부가 제공한 엽서에 전교생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들을 또박또박 썼다.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소장은 “고운 마음을 꾸밈없이 담아 울림이 깊었다”고 말했다.

박 양은 대피 경고음이 울리면 먼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생부터 찾는다. 울먹거리는 동생과 함께 귀를 막고 몸을 움츠린 채 가까운 대피소로 뛰어간다. 박 양은 ‘빨리 통일이 되면 좋겠어요. 그럼 동생이 울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썼다.

권유빈 양(11)의 소원도 통일이다. ‘북한이랑 워낙 가까워서 총소리, 폿소리가 많이 들려서 혼자 있을 때는 무서울 때가 많아요. 그것들만 뺀다면 백령도는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동물이랑 물고기도 많으니까요.’ 권 양은 ‘대통령님이 통일을 이뤄 주셨으면 좋겠다’며 ‘통일이 된다면 백령도가 더 발전해 멋진 풍경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적었다.

백령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통일은 직접적인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는 일이다. 박채운 군(13·졸업)은 “대통령님께서 하신 말들 중에 ‘통일은 대박이다’가 제일 기억납니다. (중략) 저는 북한의 위협에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남북관계를 향상시켜 통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했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전하기도 했다. ‘백령도에 혼자 살고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십니다. 전쟁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가족도 잃으시고 바다 건너 자신의 가족이 살아 계시는지도 모릅니다. (중략) 통일이 되면 통일의 단점보다 장점이 많습니다.’(김가영 양·13·졸업)

백령도 주민의 절반가량은 군인과 군인 가족이다. 아이들의 편지에서는 군인인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는 한편 열악한 근무 환경을 걱정하는 애틋한 마음이 묻어난다.

‘군인 가족들은 이사가 잦아서 친구 사귀는 것과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저희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용돈이 별로 없으십니다.’(정지성 군·12)

백령도에 가려면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4, 5시간을 가야 한다. 곽재희 교감은 “평소에는 평화롭고 조용한 곳”이라며 “다만 아이들이 문화생활을 누릴 기회가 적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청와대에 체험학습을 가고 싶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차지원 양(12)은 ‘여기는 서해에 있는 섬이라 배를 타고 인천으로 나갔다가 들어와야 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많이 못 갑니다. 대통령님께서 일하시는 청와대에 가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백령초교#박근혜#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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