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질 당한 ‘고바우 영감’, 김성환 화백 특별전서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고바우 영감이 ‘싹 잊어버리는’ 망년회 행사장에 들어선다. 큰 별 2개가 별 4개 위쪽에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한 참석자가 “무사한 걸 축하”라고 외친다. 고바우는 식탁 위에 차려진 문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윽고 홀로 행사장을 빠져나오며 한마디를 내뱉는다. “싹 잊혀지지 않는군” (동아일보 1979년 12월 26일자·그림)

이는 12·12사태 이후 들어선 신군부가 언론 검열로 지면에서 가위질한 김성환 화백(82)의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7일 시작하는 ‘고바우가 바라본 우리 현대사’ 특별전에서 이 만화를 35년 만에 최초로 공개한다.

큰 별 2개는 12·12사태 당시 소장이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별 4개는 정승화 육군참모총장(대장)을 의미한다. 즉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가 정 육참총장을 체포하고 사실상 정권을 장악한 것을 빗댄 것. 고바우가 바라보는 문어는 자연스레 당시 전두환의 외모를 연상시킨다. 마지막에 ‘싹 잊혀지지 않는군’이란 말도 의미심장하다. 당연히 신군부의 심기에는 거슬렸을 터.

고바우 영감은 1955년 2월 1일 동아일보에서 첫 회가 실린 것을 시작으로 조선일보 문화일보를 거치며 45년간 총 1만4139회나 연재된 우리나라 최장수 시사만화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이용석 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고바우 영감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조망할 수 있는 역사자료”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바우 영감 원화는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2월 등록문화재 제538호로 지정됐다. 이번 전시에선 고바우 영감 원화 170여 점을 비롯해 김 화백이 그린 풍속화, 기념우표, 광고포스터 등 모두 200여 점을 볼 수 있다.

6일 전시장을 찾은 김 화백은 “신랄하게 풍자하면서 동시에 검열을 피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한 달 넘게 고민한 적도 있다”며 “경찰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여러 번”이라고 회고했다. 다음 달 30일까지. 02-3703-9200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고바우 영감#김성환 화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