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차 핵실험땐 발붙일 곳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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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보 CTBTO 사무총장 방한
“전세계 폭발실험 90% 탐지”… 한국은 원주 관측소에서 분석

“북한은 21세기에 핵실험을 실시한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입니다. 북한이 더이상 핵실험은 발붙일 곳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바랍니다.”

라시나 제르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사무총장(사진)은 13일 서울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1996년 설립된 CTBTO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발효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한국 등 183개국이 CTBT에 서명했지만 북한을 포함한 8개국이 비준하지 않고 있어 정식 발효를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임 후 처음으로 한반도를 찾은 제르보 사무총장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과학자 출신인 그는 “과거 핵억제력을 확보했던 국가들이 수백 차례 핵실험한 것에 비하면 세 번은 충분한 횟수가 아니며 북한 과학자들도 그 사실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제르보 사무총장은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핵개발을 추구하는 유일한 국가로 고립돼 있으며 핵개발 노력이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우리가 납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유엔 차원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반복하자 일각에서는 ‘조약 무용론(treaty fatigue)’을 제기하기도 한다. 제르보 사무총장은 “시리아가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희망을 갖고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공언한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지도 모르는 상황과 관련해 “핵무기와 관련된 어떤 폭발 실험도 포착할 능력이 있다”며 탐지에 자신감을 보였다. CTBTO의 감시 체제가 북한의 2006년 1차 핵실험 당시에는 55∼60%, 2009년 2차 핵실험 때는 65% 완성된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90% 가까이 된다고 전했다. 2013년 북한 3차 핵실험 때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CTBTO 관측소가 방사능핵종을 탐지했다.

CTBTO는 89개국에 321곳의 관측소에서 지진파 수중음파 초저음파 방사능핵종을 탐지하는 핵실험 국제감시체제(IMS)를 가동하고 있다. 강원 원주시에 있는 한국지진파관측소가 여기에 포함된다. 관측소는 핵실험이 감지되면 실시간으로 CTBTO의 국제데이터센터(IDC)에 자료를 전송한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제르보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한반도 분단 70주년이 되는 내년(2015년)에는 서울에서 CTBT 현인그룹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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