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 정상, “북한 핵실험 반대” 실천해 평화의 돛 올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4일 03시 00분


120년 전 한반도는 청일전쟁의 무대였다. 우리의 바다와 땅에서 벌어진 싸움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동북아시아의 패권이 바뀌었다. 한국은 그 결과로 중국의 속국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일본에 국권을 빼앗겼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열강들이 새롭게 각축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한 세기 전과는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고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이 ‘북핵 불용’에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협하는 북한 핵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에 앞서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는 “양측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핵 반대’를 명기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그쳤다. 이 정도로 북한의 김정은이 핵 포기 말고는 다른 길이 없음을 깨달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두 정상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역사왜곡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동북아 정세를 논의하며 깊이 의견 교환을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한중이 대일(對日)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것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우경화는 한중 양국에는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일본이 한중 정상회담 날짜에 맞춰 북한에 대해 독자적으로 취했던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한 것도 한국과 중국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한 인상을 준다. 일본은 한미일 대북 공조의 연장선 위에서 중국과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한중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돈독한 유대 관계를 재확인했지만 현실적으로 한미동맹을 대체하거나 능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 땅의 자유와 번영을 뒷받침해온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협력도 탄력적으로 확대해가는 외교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두 정상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연내에 타결하기로 합의한 것은 상당한 진전이다. 중국은 한국의 농산물 시장에, 우리는 중국의 제조업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FTA 협상은 서로에 이익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한중 FTA가 체결되면 값싼 중국의 농수산물이 한국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농산물시장 개방은 중국의 부유층을 상대로 한국산 농산물을 팔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농가와 유통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자국의 농산물에 불안해하는 중국 시장을 품질 차별화 전략으로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자동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품목에서도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은 이번에 수입 위생기준을 개정해 한국산 김치에 문호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높은 위생기준 장벽으로 한국산 김치 수출이 제도적으로 막혀 있었지만 앞으로 수출에 기대를 걸 만하다.
한중 FTA, 양국에 기회 될 수 있다

위안화를 한국에서 직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개설하기로 한 두 정상의 약속도 의미가 크다. 서울 소재 중국계 은행을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하면 홍콩을 통해 이뤄진 위안화 청산 결제를 국내에서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양국의 교역과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지난해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공동성명 부속서에 “불법어업에 대해 양국 당국 간 공동단속 등 협조체제를 강화한다”고 명시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당국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중국 어선들은 대거 불법조업에 나섰다. 한중 정상은 ‘서해상에서의’ 불법어업을 막기 위해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했다며 ‘서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중국은 이 약속에 따라 한국 어장을 침범한 중국 어선들을 적극적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합의에 이른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감축과 한중 기후변화협력 협정 체결 문제는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한국과 중국이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한중은 한국의 새만금에 대한 중국의 투자 유치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곳에 중국 자본을 유치해 공동개발하면 양국에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제협력 방안 못지않게 의미가 있는 것은 두 정상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국제 관계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경제에서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점을 두 정상은 확인시켜줬다.
#청일전쟁#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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