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은 공공재 성격… 남성도 혜택 맛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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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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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첫 여성지위향상 공로 훈장 받는 김형준 명지대 교수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남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남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대통령이 여성인데 무슨 양성평등이 필요한가’ 하는 식으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여전히 실질적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선 갈 길이 멀죠.”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힘써온 공로로 24일 녹조근정훈장을 받는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57). 그는 역대 여성지위향상 부문 근정훈장 포상자 중 유일한 남성이다. 1995년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지금까지 여성시민단체, 여성유권자연맹 등 각종 여성단체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여성의 정치 참여 없인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해 3월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한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한국 대표단으로 참가해 각국 대표 150여 명 앞에서 강연도 했다.

여성 활동가들 사이에서 언제나 청일점인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양성평등 수준은 걸음마 단계”라고 평가했다.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선 남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양성평등 문제는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며 “실질적 양성평등이 이뤄지면 그 혜택은 결국 남성들이 받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교수는 여성의 사회 참여를 위해 여성할당제 등 각종 제도를 강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성평등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분위기라면 관련 제도부터 정비해놓고 거기에 의식을 맞춰 가자는 말이다. 그는 “어떤 조직이더라도 여성이 최소 30%만 확보돼도 조직문화가 바뀌게 돼 있다”며 “지역구 공천의 30%도 여성에게 의무적으로 배분해 이를 ‘권장’이 아닌 ‘의무’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성할당제를 어길 땐 국고보조금을 안 주거나 하는 등 페널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양성평등을 위한 3단계 로드맵’ 같은 큰 그림이라도 그려야 한다”며 “도입-성숙-양성평등 단계 등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43%에 이르는 스웨덴 같은 곳도 여전히 양성평등 문제는 주요 담론 중 하나”라며 “성 격차가 큰 한국이 외무고시, 사법시험 등 각종 고시 합격률, 전문직에서의 여성 비율 등이 증가하는 것을 두고 이미 남녀평등이 이뤄진 것처럼 안일한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에게는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는 28세 딸이 있다. 그는 사랑하는 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양성평등은 우리 사회에 혁신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김형준#명지대#녹조근정훈장#여성 지위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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