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표범 보호위해 보드카 회사 차렸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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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이름도 ‘스노 레퍼드’로 지어
스패로씨, 재단도 만들어 모금활동

몽골과 중국, 인도 등지에 서식하는 눈(雪)표범은 남은 개체가 3500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동물’을 구하기 위해 보드카 회사를 차린 사람이 있다. 눈표범의 영어 이름을 딴 회사 ‘스노 레퍼드’의 창업자 스티븐 스패로 씨(45·사진)다.

변호사이던 그는 영국 런던의 대형 로펌을 거쳐 주류회사인 얼라이드 도메크(현 페르노리카) 임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2005년 히말라야 여행에서 우연히 본 눈표범이 인생을 바꿨다.

“멸종 위기에 처한 눈표범이 보약이나 가죽 재료로 팔려나가는 게 안타까웠어요. 현지의 일부 농가는 가축을 해친다는 이유로 표범을 죽이기도 하더군요.”

학창 시절 아프리카에서 사파리 가이드를 할 정도로 야생동물에 관심이 많던 그는 런던에서 눈표범보존재단의 설립을 주도했다. 하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리 끝에 그는 주류회사 근무 경험을 살려 보드카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차가우면서도 강한 이미지의 눈표범이 무색무취에다 알코올 도수가 강한 보드카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보드카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눈표범보존재단에 기부합니다. 이 돈으로 표범이 가축을 잡아먹으면 농민에게 피해액을 보상해주는 보험에 가입하고, 연구 장비나 질병 예방을 위한 백신을 사지요.”

스패로 씨는 ‘고급 보드카’로 차별화하기 위해 희귀하면서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스펠트 밀’을 재료로 선택했고, 600년 역사의 폴란드 양조장을 물색해 보드카를 만들었다. 초기엔 폴란드에서 런던 노팅힐의 아파트로 배달된 보드카를 자전거에 싣고 인근 바에 직접 납품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그는 천천히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스노 레퍼드는 ‘윤리적인 보드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80세 생일에 헌정됐고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 비비언 웨스트우드의 패션 행사에도 쓰였다. 지난해 그의 회사는 맥캘란과 커티삭 등으로 유명한 에드링턴 그룹에 인수됐다. 스패로 씨는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며 “눈표범 등 야생동물 복원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스노 레퍼드#스티븐 스패로#눈표범#보드카#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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