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자 모친 둔 한국계 여성, 뉴욕 최대 유대교 회당 맡는다

  • 동아일보

42세 북덜, 7월 수석 랍비 취임

미국 뉴욕 최대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 수석 랍비를 불교 신자인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국계 여성이 맡는다. 앤절라 워닉 북덜 씨(42·사진)는 176년 역사를 지닌 이곳의 첫 여성이자 아시안 수석 랍비로 현지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불교 신자인 한국인 어머니와 유대인 미국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랍비 북덜 씨가 지난주 신자들의 투표를 거쳐 뉴욕 맨해튼 센트럴 유대교 회당의 새 수석 랍비로 인준받아 7월 1일 공식 취임한다고 전했다. 랍비는 유대교 율법 교사로 종교의식과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다. 이 회당의 정규 직원은 100명 이상이고 1년 예산은 3000만 달러(약 318억4500만 원). 뉴욕 개혁파 유대교 회당 중 신자들이 가장 많은 곳이다. 북덜 씨는 2001년 아시아계 최초 여성 랍비가 돼 주목을 받았다. 이번 인준으로 주요 유대교 회당을 이끄는 몇 안 되는 여성 랍비이자 유일한 아시아인이 됐다. WSJ는 이번 인준은 위기를 맞고 있는 유대교가 개혁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북덜 씨는 학군사관후보생(ROTC)으로 주한미군 부대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유대인 아버지 프레드 워닉 씨와 연세대 영문과에 재학 중이던 한국인 어머니 이술자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1972년 서울 출생인 그는 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 워싱턴 주 타코마로 이주했다. 그는 이후 유대교 회당에 다니며 종교 활동을 해왔다. 항상 “유대인이 맞느냐”는 주위의 얘기에 힘들어했던 그는 16세 때 이스라엘 여행을 다녀온 뒤 랍비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예일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헤브루 유니언칼리지에 진학했다. 1999년 유대교 의식의 찬양 지도자인 캔터가 됐고 2년 뒤 랍비의 꿈을 이뤘다. 그는 모친이 자신을 한국어 학교에 보내고 집에서 한국 음식을 해주며 목욕탕에 함께 데리고 가면서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항시 알려줬다고 한국계 매체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한편 북미와 이스라엘의 유대인 지도자를 양성하는 웩스너재단의 대표인 랍비 엘카 에이브러햄슨 씨는 “진정한 개척자인 북덜이 새로운 여성 세대를 대표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유대교#랍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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