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장교 출신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아랫사람 믿은 만큼 성과 돌아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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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28년만에 보라매 후배들에 강연

삼성그룹의 대학생 토크 콘서트 ‘열정락(樂)서’가 열린 4일 오후 공군 중위 출신인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공군사관학교 성무문화관에서 생도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삼성그룹의 대학생 토크 콘서트 ‘열정락(樂)서’가 열린 4일 오후 공군 중위 출신인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공군사관학교 성무문화관에서 생도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전역 28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네요. 생도 후배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필승!”

4일 오후 충북 청원군 남일면 공군사관학교 성무문화관. 말쑥한 더블 버튼 정장으로 한껏 멋을 낸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56)이 경례를 하자 생도 500여 명은 강당이 떠나가게 박수를 쳤다.

“여러분이 안 믿을 것 같아 집에서 들고 왔다”며 전역기념패를 보여주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최 사장이 공사 생도 앞에 선 것은 삼성그룹이 전국을 돌며 젊은층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 ‘열정락(樂)서’가 이 학교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최 사장은 무대 뒤 화면에 2개의 이력서를 띄웠다. 제너럴일렉트릭(GE), 삼성을 거치며 쌓은 직장인 경력과 군 복무 시절 거쳤던 보직이 화면에 펼쳐졌다.

최 사장은 주멕시코 대사와 주영국 대사를 지낸 아버지 최경록 전 교통부 장관을 따라 아홉 살 때 한국을 떠났다. 초등학교는 멕시코에서, 중학교는 영국에서, 고교와 대학은 미국에서 마쳤다. 대학을 졸업하자 망설이지 않고 귀국해 사관후보생으로 공군에 입대했다. 그는 “남들은 유학 중에 뭐 하러 군대에 가냐고 했지만, 나는 군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학창 시절을 해외에서 보낸 최 사장에게 군 생활은 고난 그 자체였다. 한글로 쓰는 신상명세서에 최종학력을 ‘졸지 워싱턴’(미국 조지워싱턴대 대학원)이라고 잘못 쓴 바람에 그는 공군에서 ‘졸지’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경기 성남시 제15전투비행단에서 복무하면서 그는 냉장고나 얼음 없이도 소주를 차갑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전투기에 액체 산소 싣잖아요. 그게 영하 273도입니다. 물에 조금만 풀면 얼음이 되죠.” 최 사장이 늘 강조하는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마라’ 신조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소대장 시절 ‘남자 대 남자’로 대한 사병 부하들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며 “아랫사람을 믿는 만큼 반드시 성과는 돌아온다”는 진리도 깨달았다.

최 사장이 GE에 들어간 것도 공군 장교 경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에서 차세대 전투기 사업 참여를 준비하던 GE는 ‘외국에서 10년 이상 공부해 영어에 능통하고 공군 장교 출신으로 현직 장군들을 아는 한국인’을 수소문했다. 그의 표현대로 ‘지구상에 그런 사람은 최치훈 한 명뿐’이었다. 이후 GE에너지 아시아태평양 사장, 한국인 첫 GE 등기이사를 거친 뒤 2007년 삼성으로 옮겨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카드에서 사장을 맡았다.

그는 “군대 시절 힘들게 받았던 훈련이 사회생활하며 어려운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라며 “하늘에서 내려준 기회인 공군 장교의 명예와 자부심, 리더십이 여러분을 차별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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