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 제복이 존경받는 사회]“11명 군복무 합치면 300개월 넘지요”

  • 동아일보

‘병역명문家’ 대통령 표창 유경희씨의 3代에 걸친 나라 사랑

2012년 병역 명문가로 선정된 유경희 씨(뒷 줄 왼쪽) 집안. 3대에 걸쳐 남자 11명이 모두 현역 군복무를 마쳤다. 이들의 복무 기간을 합치면 총 25년(300개월)이 넘는다. 사진 속에 남자가 8명만 있는 이유는 3명이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함께 못했기 때문이다. 병무청 제공
2012년 병역 명문가로 선정된 유경희 씨(뒷 줄 왼쪽) 집안. 3대에 걸쳐 남자 11명이 모두 현역 군복무를 마쳤다. 이들의 복무 기간을 합치면 총 25년(300개월)이 넘는다. 사진 속에 남자가 8명만 있는 이유는 3명이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함께 못했기 때문이다. 병무청 제공
“7월 초면 첫 손자가 태어납니다. 제 손자도 당당히 군복무를 마치게 할 겁니다.”

2012년 병역명문가(家)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은 유경희 씨(62). 그는 3대(代)가 내리 현역 군복무를 완수한 것에 대해 “국민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면서 “앞으로 태어날 손자도 당연히 군복무를 마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씨 가문은 유 씨의 부친을 비롯해 유 씨 4형제, 손자 6명 등 집안 남자 11명 모두가 군복무를 마쳤다. 이들의 복무기간을 합치면 300개월(25년)이 훌쩍 넘는다.

공기업에 근무하는 김종수 씨(40)의 지갑에는 주민등록증 크기의 병역명문가증이 들어 있다. 6·25전쟁 때 소령으로 참전해 충무무공훈장을 받은 할아버지,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에 이어 김 씨도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김 씨는 “집도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듯 국가안보가 튼튼하지 않으면 지금의 영광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3대가 국가안보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병무청은 군복무를 기피하려는 사회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2004년부터 유 씨나 김 씨 가문처럼 3대 가족이 모두 현역복무를 성실히 마치면 병역명문가로 선정해왔다. 2004년 40개 집안이 병역명문가로 처음 선정된 이래 2005년 84개, 2009년 147개, 2013년 545개 등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23일 기준으로 병역명문가는 총 1908개에 이른다.

3대가 빠짐없이 군복무를 마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병무청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본인은 군대에 가고 싶지만 건강상 이유 등으로 군복무를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 씨의 조카도 신병검사(신체검사)에서 시력이 나빠 4급 보충역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조카는 라식수술을 한 뒤 병역처분변경원을 신청해 끝내 1급 현역으로 군대를 갔다. 유 씨는 “본인이 ‘나 때문에 집안의 명예가 깨지는 게 싫다’며 스스로 수술과 입대를 결정했다”고 대견해했다.

법조계 인사인 Y 씨(60)는 “대학생 조카 1명이 ‘체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현역복무를 꺼려서 집안어른이 총동원돼 설득과 회유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조카만 현역으로 군대를 가면 Y 씨 집안은 병역명문가가 되기 때문이다.

병무청은 병역명문가 제도가 이처럼 자발적 병역 의무 이행에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병역명문가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마련했다. 병원 자연휴양림 영화관 콘도시설 등 전국 477곳의 국·공립 및 민간시설에 병역명문가증을 제시하면 이용료 면제 또는 할인 혜택을 준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유경희#병역명문가#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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