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어린이집 졸업식을 이틀 앞둔 18일,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안주영 군 집에 어린이집 친구들이 놀러와 윷놀이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희 김민석 군, 지서희 양, 안 군, 최승아 양, 정지현 군.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주영아, 나 저거 호랑이 인형 가지고 놀아도 돼?” “선생님, 태희가 내 그림 지워요.”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A아파트가 18일 오전 떠들썩해졌다. 안주영 군이 사는 곳에 친구 5명이 놀러와서다. 여덟 살, 학교에 갈 나이지만 주영이는 이날 처음으로 친구를 집에 초대했다. 아침부터 청소를 돕는 등 부산을 떨면서 기다렸다.
아이들은 칠판에 낙서를 하고 주영이의 장난감으로 같이 놀았다. 윷놀이까지 한 판 끝내자 아이들은 준비한 선물을 내밀었다. 연필꽂이 거울 치약 연습장…. 불러줘서 고맙다는 뜻을 담았다. 김민석 군(7)은 주영이가 좋아한다며 감을 한 줄 사왔다. 친구들과 놀 때는 조금 긴장한 얼굴이던 주영이가 환하게 웃었다.
주영이는 다운증후군을 앓는다. 날 때부터 몸이 약했고 인지기능이 또래보다 떨어진다. 보통 어린이집에서는 친구들과 같이 지내기 힘들다. 하지만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같은 반에 편성해 통합교육을 하는 유진어린이집에 2009년 들어가면서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다.
유진어린이집은 유진기업 후원으로 1998년 문을 열었다. 이듬해부터 장애아 5명을 모아놓고 보육을 시작했다. 2003년부터는 완전 통합교육을 시작했다. 지금은 전체 원아 91명 중 12명이 장애아동이다.
학기마다 장애아동의 집을 찾는 ‘친구네 집 방문하기’ 행사 외에 집 주변의 제과점 재래시장 서점 우체국 등 다양한 장소에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사회연계활동을 펼친다. 부천지역 600여 곳의 어린이집 가운데 15곳 정도만 실시하는 통합교육에서 유진어린이집이 가장 앞선 셈이다.
이날 주영이네 집을 찾은 5명 중에서도 2명이 장애아였다. 김태희 군(7)은 뇌병변 1급 판정을 받았고 정지현 군(7)은 발달장애로 말이 서툴다. 하지만 태희가 손가락을 움직이기 불편하다는 점을 빼면 다른 아이들과 차이가 없다.
주영이의 어머니 채미영 씨(39)는 “아이를 보면서 가장 마음 아팠던 점이 친구 문제였는데 어린이집 졸업을 앞두고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래 친구들을 영영 사귀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덜었다는 표정.
친구들을 만나면서 주영이는 많이 바뀌었다. 아직은 서툴지만 세수와 양치질과 청소를 하려고 애쓴다. 채 씨는 “2년 전에 친구들과 같이 제과점에 가서 자기 힘으로 단팥빵을 사고서는 자랑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통합교육은 비장애아동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날 어린이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오후에 야외활동에 나섰다. 오전에 놀러왔던 지서희 양(7)이 나서서 주영이의 외투 지퍼를 채워줬다.
유진어린이집 김영지 원장(51)은 “장애아동은 비장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점이 좋고 비장애아동은 장애아동을 도우며 자신감과 배려심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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