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 시골마을 주민들, 희귀병 외국여성에 ‘새 생명’

  • 동아일보

“캄보디아의 동생 살려주세요”
마을 공장의 한 청년 호소에 한국 초청하고 치료비 모금

2011년 한국으로 산업연수를 떠나는 오빠 커비숏 씨(왼쪽에서 네 번째)를 배웅하기 위해
캄보디아 공항에 부모, 여동생과 함께 나온 키소카 씨(왼쪽에서 세 번째). 키소카 씨 제공
2011년 한국으로 산업연수를 떠나는 오빠 커비숏 씨(왼쪽에서 네 번째)를 배웅하기 위해 캄보디아 공항에 부모, 여동생과 함께 나온 키소카 씨(왼쪽에서 세 번째). 키소카 씨 제공
“선생님, 저 이제 결혼할 수 있어요? 예쁜 아이도 가질 수 있나요?”

캄보디아 프놈펜 출신의 키소카(가명·25·여) 씨는 수술을 받은 후 집도한 삼성의료원 백민기 교수에게 건넨 이 말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이달 말 2차 수술을 마치면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가는 그는 2일 “나를 살려준 마을 주민과 병원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카소카 씨가 새 삶을 얻게 된 때는 2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포천시 소흘읍 주민자치위원회에 동남아시아 출신의 청년 한 명이 찾아왔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무릎을 꿇고 어눌한 한국말로 “동생을 살려주세요”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 청년은 포천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커비숏(가명·27) 씨다. 그는 “동생이 태어날 때부터 아랫배가 불러오고 제대로 걷지 못했다”며 “병명도 모른다. 이대로 죽게 할 순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제승 주민자치위원회 이사장은 지역 봉사단체, 종교단체, 병원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호소했다. 결국 주민의 지원으로 캄보디아에 있는 키소카 씨를 초청해 치료하기로 했다. 3월 중순 한국에 온 키소카 씨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방광 전체가 요도를 벗어난 선천성 방광탈출로 진단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삼성의료원을 찾아가 딱한 사정을 전하고 도움을 청했다. 의료진은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수술비 2000만 원이 문제였다. 이 이사장이 또다시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 500만 원을 모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삼성의료원 측은 외국인을 도우려는 소흘읍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아 상징적으로 300만 원만 받기로 했다. 주민들은 남은 돈을 그의 귀국 여비로 보태기로 했다. 며칠 후 지역 주민과 병원의 도움으로 키소카 씨는 5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었다.

포천=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캄보디아#키소카#모금#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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