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美 연방판사’ 존 Z 리 부모 “백인사회의 강한 리더 키우려 아프다해도 약 챙겨서 학교 보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0일 03시 00분


이선구 - 이화자씨

존 Z 리 판사의 아버지 이선구 씨(오른쪽)와 어머니 이화자 씨. 시카고=연합뉴스
존 Z 리 판사의 아버지 이선구 씨(오른쪽)와 어머니 이화자 씨. 시카고=연합뉴스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떠난 한국이지만 한순간도 한국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자식 키우느라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앞으로는 한국의 그늘진 곳을 위해 시간과 건강을 바치며 살고 싶습니다.”

7일 연방 상원의 정식 인준에 따라 미국 한인으로는 세 번째로 종신직 연방판사(일리노이 북부지원 판사)가 된 시카고 변호사 출신 존 Z 리(한국명 이지훈·44) 씨를 키운 아버지 이선구 씨(72)와 어머니 이화자 씨(68)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 판사의 뒤에는 독일에서 광원과 간호사로 일하다 미국으로 이민 와 자식들을 키운 부부의 삶이 있었다.

아버지 이 씨는 1965년 경제적 형편 때문에 독일로 가 아켄 광산에서 일하던 중 프랑크푸르트로 파견된 파독 간호사 1기인 이 씨와 만나 결혼했다. 1968년 첫아들 리 판사를 얻었지만 대전에 있는 외가에 아들을 맡겨야 할 만큼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부부는 각자 계약기간이 끝난 후 귀국 대신 1970년 미국 이민행을 결심했다. 리 판사는 두 살이었다. 미국 이민 후 부부 모두 공장과 병원에서 일하느라 리 판사는 집에 혼자 남겨지는 일이 많았으나 초등학교 때부터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 이 씨는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타이레놀을 주머니에 넣어서라도 학교에 보냈다.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 씨는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미국에 인종차별이 없다고 하지만 분명히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백인이 선택된다. 남들의 두 배 이상 노력하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고 가르쳤다”며 “우리는 어렵게 살았지만 아이들만은 미국 사회에서 리더의 삶을 살기 바랐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존 Z 리#한국계 美 연방판사#자녀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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