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노출 주목 받은 영화 ‘은교’의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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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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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허락한 아빠, 20분새 확 늙어버려”

인터넷에는 영화 ‘은교’를 다룬 선정적 기사들이 넘쳐난다. 그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김고은의 차분함과 대범함이 놀라워 보였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인터넷에는 영화 ‘은교’를 다룬 선정적 기사들이 넘쳐난다. 그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김고은의 차분함과 대범함이 놀라워 보였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배우 김고은(21)은 오디션을 보고 며칠 뒤에야 가족에게 사실을 말했다. “여주인공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와 한 살 위 오빠는 거실에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20분 뒤에야 방에서 나온 아버지는 “네가 풋풋한 역, 시트콤으로 시작해 연기 경력을 쌓아갔으면 했지만 이 역할을 맡는 순간부터 다른 가능성은 없다. 예쁘고 감싸인 여배우의 느낌을 바란다면 이 작품을 하지 마라. 연기로 밀고 나가는 배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영화 ‘은교’의 은교 역을 허락받았다.

어버이날을 몇 시간 앞둔 7일 늦은 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 씨는 “그 20분 동안 아버지 얼굴이 급격히 늙으신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너무 짠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은교’에 출연해 파격 노출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 어린 대학생(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딸의 출연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부모의 이야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사회 뒤 아버지는 표정이 밝았다. “저를 안아주시면서 ‘훌륭하게 (연기)했다. 좋은 작품이구나’라고 하셨어요. 어머니는 약간 울컥하셨는데 그냥 웃고 계셨고요.” 하지만 ‘이 영화는 좋은 영화’라며 그의 편을 들어줬던 한 살 위 오빠는 영화를 안 봤다. 그는 “동생을 유달리 아끼는 오빠가 마음이 아팠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를 본 지인들도 위로와 격려를 보내왔다. “시사회 뒤 친구들이 저를 보자마자 울었어요. ‘집에 가다가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네 생각에 엉엉 울었다’ 등의 문자메시지도 받았어요.”

그는 “어버이날 프로야구 롯데-삼성전 시구를 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계신 광주에 못 간다”고 말했다. “그 대신 선물을 택배로 보낼까 해요. 근데 두 분 금실이 워낙 좋아서 자식들이 끼어들 틈이 없어요. 하하.”

그는 일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이 영화를 이렇게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야한) 설정과 소재보다 인물들이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봐 주길 바라요. 어머니에게 학대받고 기댈 곳 없는 은교는 사랑을 갈망하는 아이예요. 제가 은교에게 느낀 것처럼 여러분도 그에게 연민을 느끼시길….”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김고은#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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