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문순태 씨 “내 문학의 오랜 꿈 이제서야 타올라”

  • 동아일보

■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 37년만에 완간

“40년 가까이 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아서 후련합니다. 이 작품을 완성하는 게 제 문학의 목표이자 꿈이었으니까요.”

소설가 문순태 씨(71·사진)가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소명출판)을 완간했다. 1975년 전남매일신문에 ‘전라도 땅’이란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한 뒤 37년 만의 완간이다. 전 9권이며 200자 원고지로 1만1600장이 넘는 대작이다.

19세기 말 전라도 영산강 지역을 배경으로 노비세습제 폐지, 동학농민전쟁, 개항과 부두노동자쟁의, 1920년대 나주 궁삼면 소작쟁의 사건,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까지 반세기에 이르는 민초들의 신산한 삶을 조명했다. 1987년 창비에서 7권까지 낸 뒤 이번에 25년 만에 8, 9권을 펴내 마침표를 찍었다. 새로 추가된 두 권에는 주로 광주학생항일운동 얘기가 펼쳐진다.

“7권을 낸 뒤 바로 전집을 완간하려고 했는데 그때만 해도 광주학생항일운동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죠. 최근 들어서야 당시 운동이 독립운동으로 인정받았고, 여러 새 연구를 참고해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타오르는 강’에는 구수한 전라도 방언이 가득하다. 작가는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직접 방언을 채집했다. 소설과는 별도로 2만 개의 전라도 방언을 모은 ‘타오르는 강-우리말 사전’(가제)도 낼 예정이다.

“작가는 언어의 채굴자”라는 문 씨는 “대하소설을 위해서는 풍부한 어휘력이 필수적이다. 사라져가는 우리말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요즘은 대하소설을 찾기 힘듭니다. 모두 ‘빨리 빨리’ 읽으려고만 하지요. 자꾸 짧아지는 우리 문학의 호흡에 느림의 미학을 선사했으면 합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순태#타오르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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