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연극인의 눈물 “15년을 기다린 그 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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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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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회 동아연극상 시상식… 노장들 귀환 잔치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8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 참석한 수상자들. 왼쪽부터 박해수 장은정 김현탁 이남희 박용수 오태석 이슬비 윤조병(신인연출상 수상자 윤시중 씨의 부친) 장우성 씨(특별상 수상자 장민호 씨의 아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8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 참석한 수상자들. 왼쪽부터 박해수 장은정 김현탁 이남희 박용수 오태석 이슬비 윤조병(신인연출상 수상자 윤시중 씨의 부친) 장우성 씨(특별상 수상자 장민호 씨의 아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5년 전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게 된 후배를 축하해주기 위해 당시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으로 걸어갈 때였는데, 굴다리 위에서 아버지 얼굴, 와이프 얼굴도 떠오르고, 아들딸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지금쯤 연기상을 받으면 참 좋겠다, 했는데 이제야 받네요. 내일이 57세 되는 생일입니다. 왕성하게 60대를 보내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48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박용수 씨(‘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는 수상 소감을 말하다 눈물을 훔쳤다. 이번 동아연극상 수상자 중엔 유독 ‘노장’이 많았다.

‘템페스트’로 동아연극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극단 목화의 오태석 대표(72)는 “나이를 먹어 여기 서선 안 될 사람이 선 것 같아 면구스럽다”고 말했다.

박 씨와 함께 연기상을 받은 이남희 씨(‘우어파우스트’)는 “제가 1961년생이니 1964년부터 시작한 동아연극상과 같이 성장하고 있다. 연기하면서 모든 것이 제 우주인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낀 적이 있는데, 그 느낌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새개념연극상을 받은 김현탁 씨(‘세일즈맨의 죽음’)는 “대학로에 있다 최근 도망가다시피 성북동 지하 작업실로 옮겼는데 (이번 수상으로) 너무 일찍 (지하에서) 꺼내주는 것 아니냐”고 웃음 지었다. 무대미술·기술상을 안무가로는 최초로 수상한 장은정 씨(‘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는 “동아연극상에도 안무상이 있으면 후배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은 박해수 씨(‘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는 “노래 부를 수 있게 음을 계속 낮춰 준 음악감독, ‘몸치’를 숨쉴 수 있게 이끌어준 안무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같은 상을 받은 이슬비 씨(‘못생긴 남자’)는 “‘연극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었어. 중요한 건 참아낸다는 거야’란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투병 중인 특별상 수상자 장민호 씨를 대신해 아들 장우성 씨가 상을 받았다. 신인연출상도 수상자인 윤시중 씨(‘타이투스 앤드로니커스’)를 대신해 원로극작가인 부친 윤조병 씨(73)가 수상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협찬사인 KT 최재근 전무, 최치림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 박계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구자흥 명동극장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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