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눈물의 거수경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헬기피격 전사한 네이비실 등 미군 30명 유해
모든 일정 취소하고 직접 ‘최고의 예’로 맞이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오전 11시 버지니아 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인터스테이트 무빙서비스’라는 회사를 방문해 자동차 연료소비효율 개선에 대한 연설을 할 계획이었다. 오후 2시 50분에는 백악관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의 비공개 회동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정을 취소한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의문은 대통령이 이날 낮 12시 30분 델라웨어 주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했다는 백악관 풀(pool)기자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풀렸다. 대통령은 6일 탈레반의 기습공격에 숨진 아프가니스탄 전사자 미군 유해 30구를 직접 맞이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워싱턴의 맥네어 기지에서 델라웨어까지 45분 동안 날아간 것이다.

아프간에서 탈레반 지도자를 사살하기 위해 치누크 헬기를 타고 작전을 펴던 중 숨진 특수부대 네이비실 22명과 육군 및 공군 8명 등 미군 30명의 시신은 이날 2대의 대형 수송기 C-17에 실려 독일을 거쳐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미 국방부는 장병들의 시신이 워낙 심하게 훼손된 탓에 도착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과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 윌리엄 맥레이번 미 특수부대사령관 등과 함께 2대의 수송기에 올라가 최고의 예우를 갖춰 거수경례를 했다. 이어 한참 동안 묵념했다. 시신들은 신원을 식별하기 어려워 따로 관을 맞추지 못하고 12개의 큰 컨테이너에 실려 운반됐다. 밴 윌리엄스 도버 공군기지 시체검시소 공보장교는 “시체검식반이 3일 동안 DNA 검사와 치아 검식 및 지문 채취를 해 신원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시신을 담은 대형 컨테이너는 30개의 성조기와 8개의 아프간 국기가 덮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장병들의 시신이 수송기에서 내려진 뒤 7대의 대형 밴에 실려 검시소로 향하는 것을 참담하게 지켜봤다. 대통령은 말이 없었다. 굳은 표정이었으며 분위기는 너무도 엄숙했다.

대통령은 이어 공군기지 커뮤니티 룸에서 시신을 기다리고 있던 250명의 장병 가족을 위로했다. 1시간 10분 동안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던 방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만났다. 이날 별도 연설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만사를 제쳐놓고 아프간 전사자들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10월 말에는 오전 4시가 채 되기도 전인 이른 시간에 도버 공군기지를 찾아 아프간전에서 숨진 미군 장병 18명의 시신을 맞았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