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렌보임 “임진각에 울려퍼질 ‘화합과 평화’ 벌써 마음설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27년만에 한국 방문한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현실 참여를 주저하지 않는 휴머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69·사진)이 이끌고 온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DO)’가 그 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WEDO는 격하게 맞서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 출신 단원들이 앙상블을 이루는 악단으로 ‘평화의 오케스트라’라 불린다.

▶7월 5일자 A2면 참조
광복절 임진각 평화콘서트 여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인터뷰


9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바렌보임과 WEDO 단원들을 만났다. WEDO는 13일을 뺀 10∼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뒤 광복절인 15일 남북이 마주 보는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펼쳐 놓는다.

1984년 파리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방한했던 그는 27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그는 “임진각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한국에 왔다”면서 “남북이 같이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곳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바렌보임이 사상가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와 함께 만든 WEDO는 첨예한 갈등을 빚는 곳에서 화합과 평화를 노래해 왔다. 2005년 중동의 분쟁지역인 라말라에서 무장 병력이 지키는 가운데 공연하기도 했다. 생각의 뿌리부터 다른 이스라엘과 중동 출신 단원들의 하모니는 대화에서 시작됐다. 불협화음도 있었다. 2006년 레바논 전쟁 중에는 레바논, 시리아 출신 단원 여럿이 WEDO를 떠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출신인 타임 클리피 씨(바이올린)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출신들이 모여 있기에 서로 다른 감정들이 솟구치기도 하지만 사회 이슈를 포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부인인 마리암 사이드 ‘바렌보임-사이드 재단’ 공동창립자는 “2005, 2006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때 단원들의 얼굴에 쌓인 감정이 연주 중에 미소로 바뀌고 음악을 통해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봤다”며 음악의 힘을 강조했다.

15일 임진각에는 음악으로 전하는 화해와 공존의 메시지가 울려 퍼질 것이다.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백만 인이여, 서로 포옹하라! 전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나는 평화의 메신저가 아닙니다. 정치인들은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일을 합니다. 하지만 나는 신념과 용기의 결과로, 음악을 통해 내가 기쁘고 행복한 일을 하는 겁니다. 그래야 다른 이들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바렌보임)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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