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공용 화장실… 씻기는커녕 볼일도 못봐

민지의 소원은 ‘따뜻한 화장실에 가보는 것’이다. “정말 험한 곳이에요.” 23일 만난 민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수돗가 옆 낡은 공용 화장실은 바닥에 구멍 하나 낸 것이 시설의 전부다. 전구도 없어 문을 닫으면 암흑이 된다. 자리에 앉으면 겨울 칼바람이 그대로 들어온다. 민지는 집에서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대변은 아침이 될 때까지 꾹 참아요. 날이 밝으면 집 근처 복지관이나 학교에 달려가 누고 오면 되니까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민지는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등교하는 날이 많다. 특히 겨울이 되면서 머리를 감는 횟수도 일주일에 2번으로 줄었다. 목욕은 1주일에 한 번 동네 목욕탕에 가서 해결한다.
시민단체 기아대책은 민지처럼 난방비가 부족한 저소득 결손가정을 위해 2003년부터 매년 난방비 지원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도 내년 1월 말까지 모금 캠페인을 하는데, 결연아동 4500여 명이 지원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대책 측은 “저소득층일수록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이 안 돼 값비싼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최저생계비에 난방비가 포함돼 있어도 대부분 식생활비, 의료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원은 기아대책 홈페이지(www.kfhi.or.kr)나 전화 (02-544-9544)로 할 수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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