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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일곱살 민지의 소원은 ‘따뜻한 화장실’

입력 2010-11-30 03:00업데이트 2010-11-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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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서 마련해 준 쪽방서 85세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
칼바람 부는 공용 화장실… 씻기는커녕 볼일도 못봐
민지가 경기 안양시 안양동에 있는 13.2m²(약 4평) 남짓한 쪽방을 나와 화장실로 향하고 있다. 쪽방촌에 있는 화장실은 바닥에 구멍 하나를 낸 낡은 재래식이다. 안양=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일곱 살 난 민지(가명)네 집은 경기 안양시 안양동의 13.2m²(4평) 남짓 되는 쪽방이다. 민지 엄마는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집을 나갔다. 민지는 알코올의존증에 신용불량자 신세가 된 아버지를 피해 할머니(85)와 쪽방에서 단둘이 지낸다. 슬레이트로 엉성하게 가린 집이지만 민지의 딱한 사정을 듣고 인근 교회에서 마련해준 소중한 공간이다.

민지의 소원은 ‘따뜻한 화장실에 가보는 것’이다. “정말 험한 곳이에요.” 23일 만난 민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수돗가 옆 낡은 공용 화장실은 바닥에 구멍 하나 낸 것이 시설의 전부다. 전구도 없어 문을 닫으면 암흑이 된다. 자리에 앉으면 겨울 칼바람이 그대로 들어온다. 민지는 집에서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대변은 아침이 될 때까지 꾹 참아요. 날이 밝으면 집 근처 복지관이나 학교에 달려가 누고 오면 되니까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민지는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등교하는 날이 많다. 특히 겨울이 되면서 머리를 감는 횟수도 일주일에 2번으로 줄었다. 목욕은 1주일에 한 번 동네 목욕탕에 가서 해결한다.

할머니는 “민지가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자꾸 잘 안 씻는다고 놀린다며 아침마다 울고 간다”면서 “나도 마음이 아프지만 올해 연탄값이 530원까지 올라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민지 할머니는 아들 보증 때문에 신용불량 상태다. 할머니 앞으로 들어오는 8만 원가량의 노령연금도 모두 차압된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민지 통장으로 매달 들어오는 40만 원이 민지 가족이 쓸 수 있는 생활비 전부다. 난방비로 쓸 수 있는 여윳돈은 한 달에 많아야 1만∼2만 원 수준이다.

시민단체 기아대책은 민지처럼 난방비가 부족한 저소득 결손가정을 위해 2003년부터 매년 난방비 지원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도 내년 1월 말까지 모금 캠페인을 하는데, 결연아동 4500여 명이 지원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대책 측은 “저소득층일수록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이 안 돼 값비싼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최저생계비에 난방비가 포함돼 있어도 대부분 식생활비, 의료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원은 기아대책 홈페이지(www.kfhi.or.kr)나 전화 (02-544-9544)로 할 수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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