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여성 ROTC대학 숙명여대 한영실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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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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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섬세함, 정보-심리전서 빛 발할 것”

국내 최초의 여성 학군단(ROTC) 여자대학으로 뽑힌 숙명여대의 한영실 총장.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내 최초의 여성 학군단(ROTC) 여자대학으로 뽑힌 숙명여대의 한영실 총장.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7일 오후 숙명여대 본관엔 ‘경축 여성 1호 ROTC 대학 선정’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숙명여대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초의 여성 학군단(ROTC) 여자대학으로 뽑힌 사실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운동장에서는 “하나! 둘!” 여대생들(여군장교동아리 회원들)의 힘찬 구령 소리가 들려 왔다.

“여성학군단 여대內안보 무관심 개선, 후보생 장학금-제대후 취업까지 책임”

이날 총장실에서 만난 한영실 총장(53)의 표정은 밝았다. 한 총장은 “104년 전 위기에 빠진 나라를 걱정하며 구국의 이념으로 설립된 건학의 이념을 실현하게 됐다”며 “어렵고 힘든 등산로에 (뒤에 오는 이를 위한 표식으로) 빨간 리본을 매는 심정이랄까. 이번에는 숙명여대가 먼저 이 길을 가고 이후 다른 동료들이 조금은 더 수월하게 올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1세기 전쟁에서는 심리전과 정보전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이는 남성보다 여성의 섬세한 감성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여성의 군 진출이 전력 상승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국의 4년제 7개 여자대학이 모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숙명여대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를 차지한 데 대해 한 총장은 “숙명여대는 10년 동안 남모를 투자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10년 전부터 육군사관학교와 안보토론대회를 공동 주관해 우승자를 가장 많이 배출했고 5년 전부터는 여군장교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해왔다. 이미 내적 준비가 완료된 상태에서 기숙사나 장학금 등 외적인 준비를 더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여고생 명예 ROTC제도도 숙명여대만이 내건 회심의 카드였다. 한 총장은 “ROTC 학생들이 직접 고등학교에 가서 국가 안보와 조직에 대한 책임감을 생각하는 여학생들을 찾아 일대일 멘터·멘티 관계를 맺고 이들의 진학설계를 지원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입학 때 우대를 하거나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제도는 아니다.

숙명여대는 앞으로 모든 ROTC 후보생에게 기숙사 및 장학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 여성 ROTC 학교와 자매결연을 해 상호 방문하도록 하고, 제대 후에는 대학원 재교육 등을 통해 취업과 학업을 학교가 책임질 계획이다.

한 총장은 2008년 취임사에서 “축구하고 군대 가는 여대생을 만들 것”이라고 말할 만큼 그동안 안보와 조직에 대한 여성의 적극적 참여를 강조해왔다. 그는 이날 기자에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안보는 중요한 문제인데 남성만의 전유물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여성 ROTC제도가 여대 안에 일부 남아 있는 군에 대한 폄하나 안보에 대한 무관심을 개선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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