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나의 귀, 나의 입… 세상과 대화”

동아일보 입력 2010-09-08 03:00수정 2010-09-08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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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기능올림픽 워드프로세서 국가대표 뽑힌 장윤영 양
7일 열린 2011 서울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워드프로세서 직종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장윤영 양이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청각장애 2급인 장 양은 이날 2위를 차지해 출전 자격을 얻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컴퓨터는 제가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에요.”

7일 2011 서울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워드프로세서 직종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 경기 고양시 일산직업능력개발원 컴퓨터실. 장애인 14명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40분 내에 문서 1장을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옮기는 것. 타이핑은 물론 표와 문서 테두리 만들기, 간격 조정 등 주어진 형식에 맞게 완성해야 한다.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국립서울농학교 3학년 장윤영 양(18·청각장애 2급)은 빠르게 타이핑부터 해나갔다. 이날 장 양은 응시자 중에서 가장 어렸지만, 2위를 차지해 2011 서울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다.

생후 8개월 때 고열로 청각을 잃은 장 양에게 컴퓨터는 다른 사람들과 가장 정확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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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컴퓨터를 배운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 이정애 씨(45)는 “딸이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너무 막막했다”며 “일반 학교에 보내고 1, 2학년까지는 계속 쫓아다니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양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적응을 잘 해나갔다. 마음이 놓인 이 씨는 장 양이 혼자 살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 학원에 보냈다.

생후 8개월때 청력 잃고 초등 3학년때 컴퓨터 배워 “다른 사람에 꿈-용기 줬으면”

컴퓨터를 배우면서부터 장 양은 주위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의사소통을 잘 해냈다. 이전에는 장 양이 종종 선생님의 알림 사항을 놓쳐 어머니가 다른 집에 전화해 확인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또 발음이 부정확한 장 양의 말은 친한 사람을 제외하곤 알아듣기 어려웠다. 하지만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면서부터 상황이 변했다. 대화가 되기 시작했다. 장 양은 “컴퓨터는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인 만큼 대학도 컴퓨터과에 진학해 쭉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3인 장 양은 당장 대학 진학이 어려운 실정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정보처리기능사에 합격하고, 워드프로세서 3급과 정보기술자격 ITQ 한글 및 파워포인트 자격증까지 땄지만 청각장애인을 받아주는 학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 씨는 “아이가 입 모양을 보고 말도 거의 다 알아듣지만, 아무래도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이니 기술이 있어도 취업도 어려울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가대표로 선발된 장 양은 “나를 보고 다른 장애인들도 꿈과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1981년 이후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한국은 제4회(1995년) 이후 4연패를 달성했다.

고양=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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