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택시타면 방송도 타고 ‘내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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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일 0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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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이유 태운 택시 맞습니다.”

택시기사 임이택 씨는 계속되는 누리꾼들의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우연히 손님으로 태운 가수 아이유가 임 씨의 인터넷택시 라이브방송에 출연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손님이 없는 틈을 타 대시보드에 설치된 웹캠을 바라보며 머리에 착용한 헤드셋 마이크를 이용해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다. 카 오디오 대신 부착된 컴퓨터 모니터에는 시청자들의 글이 채팅창에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마우스가 내장된 키보드도 마련돼 있었다.

이처럼 자동차용 PC를 설치해놓은 택시 안에서 무선인터넷 장치를 이용해 인터넷방송을 진행하는 택시기사들이 있다. 2년 전부터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한 ‘감성택시’ 이선주 씨와 그의 뒤를 이어 방송을 시작한 ‘E.택시’ 임이택 씨, ‘MY택시’ 장제연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택시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사람들과의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이선주 씨는 인터넷택시 방송 진행자의 원조 격이다. 이 씨는 손님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동료 택시기사들에게 인터넷택시를 열성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는 “ 손님과의 대화 단절로 작은 오해가 시작돼 택시기사가 불친절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방송을 이용해 목적지로 이동하는 중간 중간 손님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할 수 있고 많은 사람에게 택시기사의 고충과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이택 씨는 얼마 전 택시에 가수 아이유를 태우고 20분가량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노래도 불렀다. 이날 아이유는 택시 손님인 동시에 인터넷 방송의 특별 출연자였다. 억지설정이나 자의적인 편집이 없는 날것의 로드 버라이어티 방송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방송을 실시간으로 본 시청자는 50명도 되지 않았지만 이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그의 방송국 홈페이지에는 이틀 동안 15만 명의 누리꾼이 다녀갈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또 10명, 20명 정도에 불과했던 실시간 시청자 수는 평균 200명을 훨씬 넘기는 인기 방송이 됐다. 임 씨는 “처음엔 아이유인지 못 알아봤다. 보통의 여자 승객 같아서 방송 출연에 응할지 물었고 이후 본인이 직접 이야기해줘서 아이유인지 알게 됐다. 방송 내내 흥분됐다. ‘잔소리’를 같이 부를 땐 가사도 틀리고 많이 당황했었다”며 당시의 기분을 밝혔다.

인터넷택시에 탄 손님은 창밖을 바라보는 대신 인터넷을 이용하고 방송에도 출연할 수 있어서 좋다. 방송을 진행하는 택시기사는 긴 시간동안 운전대를 잡으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시청자와의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다. 이들의 방송운영을 도와주거나 응원해주는 열혈 시청자도 생겨났다. 시청자로서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으며 서울 구석구석의 도로를 볼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인터넷택시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 역시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택시의 영상기록장치 탓에 승객의 개인적인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방송을 위해 좌석 쪽을 촬영하는 웹캠이 설치된 인터넷택시에 불만을 품는 승객은 없었을까?

이선주 씨는 “방송에 노출되는 기본 영상은 택시 전방을 비추는 카메라로 설정돼 있다”며 “특별한 조작이 없는 한 손님의 허락 없이 얼굴이나 음성이 방송에 노출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단점이 될 수 있는 이런 장치들이 때론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여자 승객은 자신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인터넷방송 주소를 지인에게 알려줘 안전하게 이동하는지를 확인시켜줄 수 있다.

인터넷택시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관심도는 높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쉽게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있다. 임이택 씨는 “택시의 겉만 바꾼다고 해서 택시의 서비스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택시 기사들 스스로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환경이나 여건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하며 “택시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손님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oas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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