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통마을 인정은 조상 충효정신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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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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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애 류성룡 14대 종손 류영하 옹, 하회마을 세계문화유산 등재 소회

“서애 할아버지의 큰 정신 사회 화합에 도움됐으면”

“서애 할아버지도 생각나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도 떠오르지요.”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 누구보다 흐뭇한 사람은 마을에서 ‘하회 어른’으로 통하는 류영하 옹(85·사진)이다. 류 옹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이었던 서애 류성룡(1542∼1607)의 14대 종손. 그는 2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600년을 한결같이 이어온 하회가 지구촌의 전통마을로 인정받은 것은 모두 조상 덕분”이라며 “어제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목에 하회탈 목걸이를 걸어줄 때 기분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하회마을은 1999년 4월 영국 여왕이 방문한 것을 계기로 관광객이 급증해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류 옹이 하회마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조상 덕분’이라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회는 단순한 전통마을이 아니라 서애의 절실한 나라 사랑 마음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애의 종택인 충효당(보물 414호)을 지키는 그는 “하루라도 서애 할아버지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다”며 “그저 종택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서애 할아버지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각별한 관계로 충효(忠孝)를 늘 생각한다”고 했다. 임진왜란 당시 서애가 이순신 장군을 발탁한 것을 인연으로 풍산 류씨와 덕수 이씨는 지금껏 세교(世交)를 이어오고 있다.

류 옹은 서애가 400년 전 역사적 인물로만 기억되지 말고 지금 충효의 정신을 살리는 큰인물로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2007년 서애 할아버지 서세(서거) 400주기 때 전국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준 것도 충효 정신 덕분일 것”이라며 “할아버지의 큰마음이 우리 사회의 화합을 위해서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류 옹은 2008년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열린 ‘안동포 패션쇼’에 출연해 모델로 데뷔하기도 했다. 그는 “80 넘은 노인이 패션쇼에 나가는 게 어색했지만 하회와 안동이 국민에게 더 각인되도록 하고픈 마음에서였다”고 회고했다.

하회마을에는 충효당과 함께 ‘양진당(입암고택·보물 306호)’이 있다. 서애의 형 겸암 류운룡(1539∼1601)의 종택으로 풍산 류씨의 종택이다. 현재 이곳에는 종부인 김명규 씨(97)와 종손인 류상붕 씨(60)가 살고 있다. 류 씨는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마을의 변화에 대해 걱정스러운 말도 했다. 그는 “그동안에도 그랬지만 세계유산으로 돼 한편으론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해지는 면이 있다”며 “정부와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좋은 대안을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안동=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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