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에 그치지 않고 해석까지 워홀은 진정 위대한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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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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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금난새 씨 ‘워홀전’ 관람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을 찾은 금난새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워홀의 1987년 작 ‘베토벤’을 옆에서 살펴보고 있다. 금 감독은 “당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세상에 퍼뜨린 베토벤에게서 워홀이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을 찾은 금난새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워홀의 1987년 작 ‘베토벤’을 옆에서 살펴보고 있다. 금 감독은 “당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세상에 퍼뜨린 베토벤에게서 워홀이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위대한 예술은 창조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훌륭한 해석자와 프로모터(흥행사)가 있어야 위대한 예술이 빛이 나죠. 워홀은 스스로 자기 예술의 훌륭한 해석자이면서 프로모터였다는 점에서 위대했다고 생각합니다.”

‘지휘계의 CEO’로 불리는 금난새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시대를 초월한 팝 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을 16일 오후 찾았다. 금 감독은 “예술가가 자신의 고유한 철학과 아이디어를 세상에 불러내 공유한다는 점에는 팝아트와 클래식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워홀의 팝 아트를 접한 것은 1970년대 독일 베를린 예술대 지휘과 재학 시절. 학교에서 500m 남짓 떨어진 곳에 영국문화원과 미국문화원이 나란히 있었다. “독일에도 대형 서점은 없던 시절이라 외국 문화원에서 책과 잡지를 뒤지며 예술계의 최신 사조를 접했죠. 당시 현대 미술이나 디자인 관련 서적에 심취했어요. 워홀의 팝 아트도 그때 알게 됐습니다.”

2층 전시실을 둘러보던 그는 ‘달걀’(1982년) 앞에 멈추어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이건 제가 최근 그린 것과 비슷하네요.” 한가한 시간에 자신만의 디자인 작업에 몰두한다는 금 감독은 “이 작품처럼 사물의 윤곽을 단순화해 전개한 작품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3층에서는 같은 구도의 초상화를 네 가지로 펼쳐낸 ‘베토벤’(1987년) 앞에서 금 감독의 발길이 멎었다. “멋진 변주(베리에이션)군요.” 지난해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가 주는 공연예술경영상 대상을 수상한 금 감독은 “베토벤은 자기 작품 세계에서 천재적인 아이디어맨이었지만, 외롭고 고독한 생을 견뎌내야 했던 그에게 워홀 같은 예술경영의 아이디어맨이 있었으면 더 좋은 여건에서 많은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은 개막 95일째인 16일까지 24만5000여 명이 관람했다. 4월 4일까지. 어른 1만2000원, 청소년 1만 원, 어린이 8000원. 02-548-8690, www.warhol.co.kr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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