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에 150년 사랑의 의술 맨해튼 세인트 빈센츠 병원 폐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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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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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넘게 뉴욕의 가난한 시민들과 예술가들, 노동자들, 동성애자들에게 사랑과 봉사의 의술을 펼쳤던 맨해튼의 세인트 빈센츠 가톨릭 병원(사진)이 만성 적자로 문 닫을 위기에 놓였다. 이 병원은 1849년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와 2001년 9·11테러 때에도 수많은 환자를 구해냈지만 정작 ‘오래된 경영 악화’라는 병에 무릎을 꿇게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3일 “적자에 시달리던 뉴욕시의 마지막 가톨릭 종합병원에 지난주 인수 제안이 나오면서 종말의 전조가 울려 퍼졌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세인트 빈센츠 병원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병원 체인(컨티눔 헬스 파트너스)이 곧 병상과 모든 응급실 서비스를 폐쇄하고 맨해튼 다른 지역 병원들과 연계해 외래환자센터로 바꿀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세인트 빈센츠 병원이 수익만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보건의료 시스템 속에서 비효율적인 운영방식을 고집해 벼랑 끝에 서게 됐다고 지적했다. 변함없이 값싼 의료비로 돈 없는 무보험 환자들에게 봉사와 다름없는 의술을 펼쳐온 탓에 값비싼 의료장비를 구입하거나 유능한 의료진을 영입할 여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는 것. 그러면서 차이나타운이나 빈민 주거 지역의 늙고 가난한 사람들만 병원을 주로 찾았고 보험 혜택을 받는 주민들은 현대적인 의료시설을 갖춘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영 악순환이 계속됐다. 특히 월가가 속한 대표적 상업지구인 로어맨해튼 지역의 부유한 입주자들은 이 병원을 외면한 지 오래다.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 주지사는 2일 병원 관계자들과 1시간 반가량 의논한 끝에 “주정부와 병원 채권자들이 긴급자금으로 각각 600만 달러와 200만 달러를 수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면 향후 4주를 버틸 수 있을 뿐이다. 병원 관계자들은 병원이 현재 7억 달러의 빚을 해결하지 못해 2005년에 이어 두 번째로 파산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1849년 이 병원을 세웠던 자비수녀회 소속 수녀들은 지난주 병원 인수 제안이 발표된 뒤 인수 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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