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 청소년-장애인 돕고 신장기증 본보 배달 나기환 씨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상 타려 한 일 아닌데… 부끄러워”

“저와는 무관한 상이에요. 그래서 상 받으러 가지도 않았어요.”

30년 넘게 동아일보 지국에서 신문을 배달하는 나기환 씨(42)는 지난달 14일 서울시로부터 서울시장 표창을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20년 넘게 장애인 목욕 봉사를 해 왔고, 10여 년 전에는 신부전증을 앓던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신장 한쪽을 기증한 공로를 인정해 시가 상을 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 씨는 “내가 하는 일을 상과 연관짓는 게 내게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사양했다. 서울시는 시상식에 불참한 나 씨에게 결국 우편으로 표창장을 전달해야 했다.

나 씨는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1984년에 처음 장애인 이동목욕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봉사를 하게 된 이유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어서였다. 술독에 빠진 아버지가 가정을 돌보지 않아 나 씨는 어릴 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초등학생이던 1978년부터 신문을 돌리기 시작했고, 방학 때면 공장에 나가 일을 했다. 그는 “아버지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자”고 다짐해 짬짬이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다. 1995년에는 봉사활동을 하다가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 한 명과 만나 선뜻 자신의 왼쪽 신장을 내줬다.

2003년 직장을 옮겨 서울로 온 뒤에도 그는 자원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장애인 이동목욕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휴일인 토요일에 주로 봉사활동을 나가고, 평일에도 비번인 날에는 봉사활동을 한다.

그는 30년간 쉬지 않고 해온 신문 배달로 번 돈으로 1995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돕고 있다. 나 씨는 “어릴 적 불우한 환경 때문에 방황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잘못된 길로 가는 대신 일과 봉사활동에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