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장 받는 데 60년 걸렸어요”

  • 입력 2008년 2월 10일 02시 52분


전규화(78) 할머니는 60년 만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됐다. 경북 영주시의 산골마을 출신인 그는 17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듬해 시집가는 바람에 학업을 접어야 했다.

이번에 중고교 4년 과정을 마치고 한국방송통신대에 진학하는 전 할머니는 집에서 학교를 오가는 데 꼬박 4시간이 걸리지만 단 한 번도 지각을 해본 적이 없다.

전 할머니처럼 어려운 가정 형편상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이나 정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성지중고등학교 학생 770명이 12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강서구민회관에서 졸업식을 갖는다.

이들 대부분은 제때 배우지 못한 ‘한’을 품고 입학한 학생으로 한 명 한 명이 눈물겨운 사연의 주인공이다.

6·25전쟁으로 부친을 여읜 뒤 1950년대 초반 학업을 중단했던 고영식(59) 씨와 아내 오말남(59) 씨는 올해 나란히 고교 졸업장을 받았다. 이들은 각각 명지전문대 부동산학과와 정화미용예술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한때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려 했던 청소년이나 젊은 새터민도 졸업생 명단에 포함됐다.

국내 유수의 컴퓨터 게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만큼 게임에 재능이 있지만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했던 김택용(18) 군,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며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재훈(19) 군도 이번에 졸업장을 받는다.

이 학교의 함익주 교사는 “온갖 어려움을 뚫고 목표를 이룬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될 만한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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