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장애 딛고 기술자로”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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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장애 2급으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형곤(27) 씨. 최근 장애인 후원 비영리단체 굿윌코리아의 홍보대사를 맡은 그는 자신이 만든 빨래집게를 보여 주며 어눌한 말투로 “튼튼하다”고 자랑하기 바쁘다.

17세 때 장애인 학교를 졸업한 뒤 8년 동안 별다른 직업 없이 보낸 이 씨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2005년부터 굿윌코리아가 운영하는 가게 굿윌스토어에서 근무하는 그는 어느새 고참 일꾼이 됐다.

취직 초기에는 공동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빨래집게를 조립하는 단순 작업을 하면서 유난히 말이 많고 집중하지 못해 옆자리 동료와 자주 싸우기도 했다.

이 씨는 “‘시끄러’ ‘가만 좀 있어’라고 동료들이 소리칠 때 가장 무서웠다”면서 “이제는 친구도 많이 생겼다”고 자랑했다.

이 씨가 일하는 가게는 기부 받은 옷과 가전제품 등을 직원들이 손질해서 판매한다. 직원 13명 중 9명은 장애인이다.

굿윌코리아의 박자민 총괄팀장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형곤 씨를 비롯해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도 정확히 지키고 일도 열심히 한다”면서 “장애인 직원들이 자신들끼리 질서를 세워 가는 모습을 보면 신기할 정도”라며 말했다. 처음에는 일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에 울음을 터뜨리곤 했던 이 씨는 이제 “빨래집게를 비닐 포장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할 정도로 작업에 능숙해졌다.

매달 51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는 이 씨는 “빨리 돈 모아서 아파트 사는 게 꿈이에요”라며 활짝 웃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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