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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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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이임식을 갖고 장관직에서 물러난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과천청사 집무실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박 장관은 “2년 8개월 동안의 재임 기간 중 한미 FTA 추진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며 “내비게이션처럼 전국 농촌마을의 샛길까지 다 알 정도로 현장을 꿰뚫고 있는데 농업을 어두운 길로 가게 해 농업인들에게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우리 농업은 개방시대를 맞아 경쟁력을 쌓아 가고 있다”며 “성공한 농업인들이 점점 늘면서 농업도 돈이 되는 산업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년간 소를 키우며 농민이자 농민운동가로 살아온 박 장관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2005년 1월 농업인의 기대 속에 ‘농업정책 수장(首長)’에 올랐다.
재임 기간 중 쌀 수입 개방, 한미 FTA,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 국내 농업시장에 대한 개방 파고가 거셌지만 ‘농민 장관’으로서 농업인의 권익과 국익 간의 적절한 조화를 찾으며 농업계 안팎의 갈등을 비교적 무난하게 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장관은 “일주일에 2, 3일은 전국 농촌 곳곳을 누비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한미 FTA 협상 때는 날마다 농민들을 만나 대화하며 그들을 이해시켰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값싼 쇠고기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걱정 없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검역 재개 등은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안전성에 문제 없이 진행됐다”며 “경제 논리나 개방 논리에 밀린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농업 현안 중 가장 큰 문제로 농촌 고령화를 꼽았다. 현 상황이 이어지면 2013년에는 40세 미만 농업인이 8000명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농민의 평균 나이가 50대 중반을 넘어서는데 농사짓겠다는 젊은이들이 없다”며 걱정했다.
또 농민과 장관을 모두 거쳐 보니 현장보다 제도와 정책이 느리다고 지적했다. 31일 이임사에서도 직원들에게 “공직 사회보다 현장이 더 빨리 변한다”며 “항상 현장에서 농업인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 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장관은 “퇴임 후 경남 남해에서 다시 본업인 농업인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는 “앞으로 ‘장관표 쇠고기’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한 농업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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