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 “천년학 나는것 보니 헛살진 않았구먼”

  • 입력 2006년 1월 17일 03시 11분


“내가 이렇게 생을 마감하는구나 하는 암담한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시절을 다시 살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임권택(林權澤·사진) 감독이 16일 영화 ‘천년학’의 재출발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천년학’은 임 감독의 100번째 영화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작품. 하지만 스타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자사가 투자를 포기해 영화는 첫 촬영을 앞둔 지난해 12월 중단 위기에 놓였다.

“‘천년학’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한국 영화판의 현실을 젊은 영화인들로서는 자기 세대의 치욕이라고 생각한 듯싶어요. 그 사람들이 저에게 다시 용기를 갖게 했어요.”

‘천년학’은 과거 영화전문 월간지 ‘키노’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김종원(金鐘元) 씨가 새로 차린 영화제작사 ‘키노투’의 창립 작품으로 결정됐다. 순제작비 35억 원이 들어갈 이 영화는 창업투자 업체인 센츄리온기술투자㈜가 60%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 후반작업을 현물 지원하기로 해 투자자 확보에 성공했다.

임 감독은 “이 영화를 꼭 끝마쳐야 한다며 많은 분이 쏟아준 관심을 보면서 내가 아주 허망한 인생을 살아온 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천년학’은 3월 촬영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에 개봉할 계획이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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