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4년 美앨커트래즈 섬 교도소 전환

  • 입력 200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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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만 앨커트래즈 감옥으로 이송된 알 카포네는 여유만만이었다.

이미 다른 감옥에서 호화로운 수감 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의 돈도 명성도 통하지 않았다. 그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11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쉬지 않고 땅을 파고 걸레질을 해야 했다. 4년 후 다른 감옥으로 옮긴 그는 시름시름 앓다가 숨을 거뒀다.

이 전설적인 갱스터는 죽기 전까지 “나는 앨커트래즈한테 당했다”면서 분한 감정을 삭이지 못했다.

앨커트래즈는 ‘교도소 중 교도소(prison's prison)’로 통했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이 섬은 다른 교도소에서 ‘교화 불능’ 판정을 받은 중범죄자들의 집합 장소였다. 카포네부터 조지 ‘머신 건’ 켈리, 마지막 열차강도 로이 가드너, 로젠버그 간첩사건 주모자 모턴 소벨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급’ 수감자들로 넘쳐났다.

1850년대 앨커트래즈는 원래 군 요새로 출발했다. 1934년 1월 1일 운영권이 육군에서 법무부로 넘어가면서 연방 교도소가 됐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과 금주법 시행으로 갱단이 활개를 치던 시절. 미 연방수사국(FBI)은 ‘공공의 적’ 리스트까지 만들며 쉴 새 없이 범죄자들을 잡아들였다.

혹독한 수감생활에 지쳐 36명의 죄수가 탈옥을 시도했지만 단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다. 섬의 별명 ‘더 록(The Rock·요새)’처럼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

1963년 앨커트래즈는 드라마틱한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섬인 탓에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징벌’보다 ‘갱생’을 중시하는 시대 분위기가 작용했다.

제임스 존스턴 앨커트래즈 초대 교도소장은 이곳을 ‘악마의 섬(Devil's Island)’이라고 칭했다.

“이곳은 잔인하다. 차가운 바닷물과 거센 파도에 막혀 탈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금문교 위를 숨 가쁘게 달리는 자동차와 샌프란시스코 만을 한가롭게 떠다니는 요트. 감방 창문 너머 보이는 이 광경은 그들에게 속삭인다. ‘삶은 가까이 있지만 자유는 멀리 있다’는 것….”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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