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헌-최강식씨 “‘히말라야 死鬪’ 山후배들에 도움되길”

  • 입력 2005년 9월 28일 03시 01분


히말라야 촐라체 북벽을 세계 최초로 알파인 스타일로 겨울철에 오른 박정헌 씨(왼쪽)가 29일 ‘생환 등반보고회’를 갖는다. 오른쪽은 같은 날 보고회를 함께 여는 낭가파르바트 루팔벽 등정자 이현조 씨. 강병기 기자
히말라야 촐라체 북벽을 세계 최초로 알파인 스타일로 겨울철에 오른 박정헌 씨(왼쪽)가 29일 ‘생환 등반보고회’를 갖는다. 오른쪽은 같은 날 보고회를 함께 여는 낭가파르바트 루팔벽 등정자 이현조 씨. 강병기 기자
“내가 겪은 사고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해서 앞으로 후배들이 좀 더 어려운 벽을 오르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1월 16일 네팔 히말라야 촐라체(해발 6440m) 북벽을 세계 산악사상 최초로 알파인 스타일로 겨울철에 오른 거벽등반의 1인자 박정헌(朴正憲·35·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씨.

그는 함께 정상에 오른 후배 최강식(崔康植·26·경상대) 씨가 하산길에 크레바스 속으로 추락하자 둘을 함께 묶었던 지름 5mm의 자일을 끝까지 끊지 않고 버텨, 사고 6일 만에 구조돼 산사나이들의 뜨거운 인간애로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다행히 둘 다 목숨은 건졌지만 대가는 가혹했다. 박 씨는 동상 후유증으로 양쪽 엄지를 제외한 8개의 손가락을 한 마디 반씩 잘라내야 했고 후배 최 씨는 손가락뿐만이 아니라 발에까지 메스를 대야 했다.

박 씨는 등정 성공 8개월여 만인 29일 오후 7시 영원월곡플라자(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강당에서 늦깎이 등반보고회를 갖는다.

“사고 이후 고향인 경남 사천에 내려가 칩거하려고 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경험을 그대로 묻혀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주고 싶어요.” 그의 소속팀을 운영하는 ㈜영원무역과 ㈜골드윈코리아 성기학(成耆鶴·58) 회장의 보고회 독려가 큰 힘이 됐다고.

조난 당시 정상 사진이 들어 있는 배낭을 잃어버린 박 씨는 이번 보고회에선 본보에 ‘식객’을 연재하는 인기 만화가 허영만(許英萬·58) 화백이 박 씨의 상황 설명을 듣고 그린 그림을 사용할 예정이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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