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전설 ‘존 가라사대’ 천국 上場

  • 입력 200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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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25쪽짜리 ‘존 가라사대(John speaking)’라는 짧은 주식 정보지가 큰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기업 정보와 시장의 흐름을 읽는 탁월한 예측이 돋보였던 이 정보지는 1999년 닷컴주 급등에 대한 거품 가능성을 경고해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 정보지를 만든 사람은 70년 동안 오로지 주식 중개인으로만 일한 존 슬레이드 베어스턴스 이사회 명예의장이었다.

미국 증시의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던 슬레이드(사진) 의장이 11일 오후(현지 시간) 향년 97세로 세상을 떠났다.

베어스턴스는 12일 제임스 케인 최고경영자(CEO)와 앨런 그린버그 전 CEO 명의로 “‘가장 오랫동안 근무했던 직원’이 숨을 거뒀다”고 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슬레이드 의장은 40대만 돼도 조로(早老) 현상을 겪는 한국 증권가에 많은 시사점을 남겨준 인물.

1908년생으로 1936년 베어스턴스에 주급 15달러를 받고 주문을 전달하는 심부름꾼으로 입사한 그는 장장 69년 동안 한 회사에서 중개인으로 근무했다.

젊은 시절 슬레이드 의장은 뉴욕 항구에서 어슬렁거리다 배가 도착하면 막 내린 승객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할 정도로 왕성한 정력을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베어스턴스에 국제투자를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등 회사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입사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전 5시 반이면 일어나 10여 종의 신문을 정독했고 80세를 넘긴 1990년대에는 손수 정보지를 만들어 단골고객 2만여 명에게 나눠줬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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