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생활지침서 낸 중령전역 손영철씨“영원한 이등병은 없다”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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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기자
김동주기자
27년간의 군 생활을 끝내고 올 2월 예비역 중령으로 전역한 손영철(孫永哲·47) 서울비전스쿨 사무처장은 군 생활 때부터 별러온 ‘뜻 깊은’ 작업을 최근 끝마쳤다. 군 지휘관으로서 병사들을 받아서 교육시키고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터득한 ‘군대생활의 지혜’를 아버지가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을 빌려 책으로 엮어 낸 것. 2년간의 항공기정비하사관 생활을 거쳐 1980년 소위로 임관한 이후 지금까지 꼬박꼬박 써내려온 20권 분량의 일기장이 없었다면 애당초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군대는 요령이 최고다’, ‘군대에선 무엇보다 줄을 잘서야 한다’는 식의, 세간에 회자되는 ‘군 생활 요령’과는 거리가 먼 책이다. 군 생활이 인생에서 갖는 의미를 비롯해 효과적인 시간관리, 단체생활에서 환영받는 법, 유혹을 이기는 힘 등 단계별 상황에 맞는 설득과 조언을 진지하게 풀어놓았다.

“이등병 시절을 겪어보면 자신이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군 입대 전 집에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아들이었지만 군대에선 다르죠. 인생의 밑바닥을 체험하고 바쁘게 지내다보면 암담한 심정에 빠지곤 합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격려가 바로 ‘영원한 이등병은 없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입니다.”

‘국방부 시계는 왜 더 빨리 안 가지’라며 대충대충 생활하는 병사들이 태반이라는 현실이 지침서를 내게 된 직접적 이유라고 한다. 소중한 청년기에 주어진 2년간의 군대생활을 때우듯이 보내며 허무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건 결코 현명하지 못하다는 충고다. 피할 수 없다면 군대생활을 즐겨야 하며, 배우고 도전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자기발전의 발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손 처장은 강조한다.

“아버지라면 아들이 온실 속의 화초처럼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겁니다. 사회라는 거친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 지혜롭고 용맹스러운 청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의 아들들에게 힘이 될 것입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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